김원석 “군 복무 땐 운동하려고 새벽근무 자청”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월 19일 05시 45분


한화 김원석은 2012년 신인드래프트 당시 투수로 기대를 모았으나 꽃피우지 못하고 야수로 전향했다. 방출과 입대, 그리고 독립구단 연천 미라클을 거쳐 한화 재입단에 성공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해 11월 일본 오키
나와 마무리캠프 당시 수비훈련 중인 김원석의 모습.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한화 김원석은 2012년 신인드래프트 당시 투수로 기대를 모았으나 꽃피우지 못하고 야수로 전향했다. 방출과 입대, 그리고 독립구단 연천 미라클을 거쳐 한화 재입단에 성공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해 11월 일본 오키 나와 마무리캠프 당시 수비훈련 중인 김원석의 모습.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 방출됐다 독립구단 연천 미라클 거쳐 재입단…한화 김원석의 ‘인생극장’

현역 복무하면서도 야구 꿈 놓지 않아
대학 에이스 자존심 꺾고 야수로 전향
피닉스 교육리그 첫 경기부터 결승타
캠프 합류…1·2군 불문 풀타임 목표


대학 시절 에이스였던 한 투수가 있었다. 소속팀 동의대의 춘계리그 우승도 이끌었다. 2012년 드래프트 시장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기대가 컸다. 하지만 지명순위는 기대치보다 한참 낮은 2차 7라운드. 프로(한화) 유니폼을 입었지만 1군에 그의 자리는 없었다. 자존심에 생채기가 났다. 타자로 전향하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2군에만 머물다 방출 당했다. 곧바로 현역 입대하기로 결정했다. 야구를 잊지 못했다.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각오로 몸을 만들었다. 그 결과 독립구단을 거쳐 다시 프로 무대를 밟는 기쁨을 누렸다. 한화 외야수 김원석(27)이 주인공이다.

김원석은 지난해 12월 17일 한화에 재입단했다. 이케빈(삼성), 이강혁(NC)에 이어 독립구단 연천 미라클에서 배출한 3번째 프로 선수다. 8월부터 한화에 합류해 테스트를 받았다. 한화 이정훈 2군 감독 추천으로 지난 10월 피닉스 교육리그에도 참가했다. 당시 타율 0.308, 1홈런, 9타점의 성적과 근성 넘치는 플레이로 합격점을 받았다. 그는 한화 입단을 최종 확정한 뒤 “목표를 이룬 것이 아니라 한 발 다가간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 내 목표는 멀다. 진지한 자세로 더 매달리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새해에도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일본 고치 1차 스프링캠프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 김원석은 “내 이름을 확인하고 정말 기뻤다”고 했다. 한화 김성근 감독 특유의 강훈련도 문제없다는 반응이었다.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둔 김원석과 야수 전향, 군 생활, 피닉스 교육리그, 스프링캠프, 그리고 연천 미라클이라는 5가지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투수에서 야수로 전향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투수로는 제대로 못했다. 제구가 안 됐고, 구속도 안 나왔다. 밸런스까지 무너졌다. 처음부터 송진우 당시 투수코치님이 ‘진지하게 타자 전향을 생각해보라’고 했다. 펑고나 견제 훈련을 보면서 ‘야수 해도 되겠다’고 하시더라. 그래도 투수로 지명 받았고, 에이스였다는 자존심을 꺾기 힘들어 투수를 고집했다. 하지만 2012년 7∼8월에 육성군이 신설되면서 결국 야수로 전향했다.”

-현역으로 복무하면서도 야구에 대한 꿈을 놓지 않았다. 어떻게 준비했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야구와 멀어졌다. 일단 최대한 야구할 수 있는 몸을 만들자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다. 매일 연병장 뛰면서 웨이트 트레이닝도 열심히 했다. 만약 개인정비 시간에 근무가 편성되면 운동을 못 한다. 그래서 ‘운동할 시간에는 되도록 근무를 빼달라’고 요청했고, 대신 다른 병사들이 꺼리는 새벽근무를 섰다(웃음). 대대장님께서도 많이 배려해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군대가 정말 큰 도움이 됐다.”

-피닉스 교육리그에서 눈도장을 제대로 받았다.

“이정훈 감독님과 코치님들 추천으로 가게 됐다. 각오는 남달랐지만 타자로 전향한 선수라는 시선 때문에 기회를 받기 어렵다고 생각했고, 경기에 나가는 것도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첫 경기부터 9번타자로 나가서 결승타점을 올렸다. 다음 경기에는 4번으로 나갔는데 또 잘 되더라. 더 단단해진 계기였다.”

-김원석에게 연천 미라클이란.

“사실 몸을 만들기 위해, 실전 감각을 익히자는 생각으로 입단했다. 입단하고 보니 다들 나와 같은 처지였다. 감독, 코치님들께서 정말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셨다. 모교 같은 느낌도 들었다. 내가 다시 프로 유니폼을 입는 데 있어 연천의 힘이 무척 컸다. 연천이 아니었다면 프로 근처에도 못 갔을 것이다.”

-스프링캠프 참가 명단에서 이름을 확인했을 때 어땠나.

“프로 입단도 힘든데 프로에 와도 스프링캠프에 못 가는 선수들이 많다. 나도 항상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고 싶었다. 비시즌에도 꾸준히 운동하면서 준비했다. 캠프 참가자 명단을 확인해보니 내 이름이 있었다. 정말 기뻤다. 스프링캠프에 갈 수 있다는 자체로 설레고 기뻤다. 다들 힘들다고 하지만 괜찮다. 힘든 게 겁나면 운동 그만둬야 한다.”

-2016년 꼭 이루고 싶은 것은.

“원점에서 시작한다. 만약 1군이 아닌 퓨처스리그에서 시작하더라도 꼭 풀타임을 소화하고 싶다. 1차 목표가 퓨처스리그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는 것이다. 서서히 단계를 밟아 나가겠다. 열심히 하면 분명 좋은 기회가 올 것이다. 일단 내가 할 일을 잘해야 한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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