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욱(23 사진)은 안팎에서 인정하는 삼성의 미래다. 급격한 전력 유출에도 불구하고 팀 안팎에서 큰 희망을 거는 스타 후보다. 팀의 기둥이자 정신적 지주인 이승엽(40) 역시 “신인왕도 수상했고 얼굴도 굉장히 잘생겼다. 이 정도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거나 겉멋이 들 법도 한데 아직까지는 예전과 똑같다. 순수함에 열정도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노력한다면 대선수가 될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삼성 내부에서도 앞으로 구자욱이 은퇴한 양준혁과 같은 ‘안타제조기’가 될지, 아니면 향후 이승엽의 빈자리를 대신할 홈런타자로 성장할지 그 방향과 경쟁력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물론 양준혁과 이승엽은 프로야구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을 작성한 타자들이기 때문에 구자욱으로선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양쪽 모두에서 큰 자질을 갖추고 있기에 기대가 크다.
구자욱은 지난해 116경기에서 0.349(410타수 143안타)의 높은 타율을 기록했다. 좌타자지만 오른손 투수(0.384)와 왼손 투수(0.309)를 상대로 모두 높은 경쟁력을 보여줬다. 11홈런에 장타율 0.534, OPS 0.951을 기록해 장타자로서도 가능성을 입증했다. 구자욱 역시 “이승엽 선배님 같은 대형 홈런타자가 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일 것 같지만, 홈런도 많이 치고 안타도 많이 치는 타자가 되고 싶다. 지난해 11개를 쳤다. 고교 3년 동안의 홈런 숫자보다 많다. 올해는 20개 이상을 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 류중일 감독의 시선은 조금 달랐다. 류 감독은 “구자욱이 뛰어난 선수가 되기 위해선 확실한 자기 포지션이 있어야 한다. 포지션 없는 선수는 매력적이지 않다. 방망이 자질을 살리기 위해선 1루수나 외야수가 더 좋지 않을까, 그런 구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타석보다 수비에서 먼저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 한다는 얘기다.
구자욱은 3루수로 데뷔했지만, 1루수와 외야수로 더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따른다. 그러나 삼성의 외야에는 최형우, 박한이, 박해민, 배영섭 등이 포진해 경쟁이 치열하다. 박한이가 농담으로 “(구)자욱아, 1루나 3루에서 큰 선수가 돼야지”라고 할 정도다. 1루에도 채태인이라는 만만치 않은 경쟁자가 있다. 류 감독은 “수비 포지션이 확실해야 매일 경기에 나가는 선수가 될 수 있고, 국가대표선수로도 활약할 수 있다. 올해 구자욱의 가장 큰 숙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