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도루로 이득 본 팀은 NC뿐… 나머지 9개 구단은 모두 득점 손해
ML 도루작전 갈수록 줄어드는데 한국 감독들 여전히 ‘발야구’ 강조
야구에서 도루는 너무 위험한 투자 기법입니다.
얼마나 위험한지 지난해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에서 도루로 득점에 이득을 본 팀은 NC뿐이었습니다. 그마저 2점을 더 얻는 데 그쳤습니다. 나머지 9개 구단은 모두 점수를 깎아 먹었습니다.
2013∼2015년 세 시즌 동안 프로야구 득점 가치(Run Value)를 계산해 보면 도루 성공은 +0.156점, 도루 실패는 ―0.501점이 나옵니다. 팀이나 선수 모두 도루 성공과 실패 개수를 알고 있으니 간단하게 곱하기만 해주면 도루 때문에 몇 점을 더 따고 잃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10개 구단이 성공한 도루 1201개에 0.156점을 곱하면 187점이 나옵니다. 도루 실패(528개)에 0.501을 곱하면 265점. 결국 도루로 77점(265―187·이상 반올림)이 사라졌습니다. 지난 시즌 10개 구단은 도루 성공률 69.5%를 기록했는데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76%를 넘겨야 했습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 시즌 도루를 10개 이상 성공한 선수는 모두 39명. 이 중 17명(43.6%)만이 도루로 팀에 도움을 줬습니다. 득점에 도움을 준 선수들의 기록을 모두 합치면 +19가 나오는데 손실은 ―30이었습니다. 뛰면 뛸수록 점수를 깎아 먹는 아이러니가 찾아온 겁니다.
스포츠 전문채널 EPSN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 중에 파이브서티에이트닷컴(www.fivethirtyeight.com)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다양한 세상사를 통계로 풀어주는 사이트죠. 일주일 전 이 사이트에 ‘세이버메트릭스(야구 통계학)가 멍청한 작전을 줄이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 기사에서 피치아웃, 희생번트, 고의사구와 함께 도루도 멍청한 작전으로 꼽혔습니다. 실제로 메이저리그에서는 갈수록 도루가 줄어드는 추세에 있습니다.
반대로 스프링캠프로 떠나는 한국 프로야구 감독들은 연일 ‘뛰는 야구’를 강조하기 바빴습니다. 심지어 “타격보다 주루 플레이가 중요하다”고 말한 감독도 있었습니다. 당연히 허튼 소리입니다. NC가 지난 시즌 세 번째로 많은 득점(844점)을 올린 데에는 도루 1위(203개)를 차지한 빠른 발보다 OPS(출루율+장타력) 3위를 차지한 타격 솜씨가 더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렇다고 상황에 맞게 도루를 활용하겠다는 데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도루 하나가 경기 흐름을 뒤집어 놓을 때가 있다는 건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경험해 본 일일 테니까요. 또 뛰는 야구에 도루만 있는 건 아닙니다. 많은 감독들이 주문하는 것 역시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일 때가 많습니다.
LG 양상문 감독 역시 “우리 팀은 주력이 빠르지 않더라도 한 베이스 더 가는 베이스 러닝이 부족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런데 후속 타자가 짧은 안타를 쳤을 때 1루 주자가 3루로 뛴 경우처럼 한 베이스를 더 간 비율을 따져 보면 지난 시즌 LG는 3위(41.7%)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득점(653점)은 9위에 그쳤을까요? 출루율(0.339)이 9위였기 때문입니다. 살아 나가지 못하면 제아무리 잘 뛰어도 득점을 많이 올릴 수가 없는 겁니다.
‘발야구’ 예찬론자들에게는 애석한 일이겠지만 이제 ‘쌕쌕이들의 전성시대’는 다시 찾아오지 않을지 모릅니다. ‘뛰는 야구의 전도사’가 되겠다던 NC 박민우(23)도 사실 지난해 한 점 깎아 먹은 주자였으니까요. 뛸까 말까 고민되면 뛰지 않는 게 정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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