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언론 “2007년 고의 패배 의혹”… 당시 3위 조코비치, 39위에게 완패
이형택 “5만달러 제의 받은적 있어”
1대1 개인종목이라 선수 매수 쉽고, 의도적 볼아웃 등 스코어 조작 간단
시즌 첫 메이저 테니스대회인 호주오픈이 최근 불거진 승부조작 의혹 파문으로 얼룩지고 있다. 대회 개막일인 18일 영국 BBC방송이 “세계 랭킹 50위 이내의 테니스 선수 16명이 승부조작에 가담했었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를 입수했다”고 보도한 데 이어 20일에는 이탈리아 ‘투토스포르트’지가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가 2007년 고의로 패했다”고 전했다.
○ 검은 거래의 진실은
올 호주오픈에서 역대 최다 타이인 통산 6번째 타이틀을 노리는 세계 1위 조코비치는 기자회견 때마다 경기 내용보다는 승부조작 관련 질문에 대해 해명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정현과의 1회전이 끝난 뒤 “2007년에 져주면 20만 달러를 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혔던 그는 20일 2회전 종료 뒤 ‘투토스포르트’지가 제기한 고의 패배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2007년 파리 마스터스에서 당시 세계 3위였던 조코비치는 1회전에서 세계 39위였던 파브리스 상토로에게 0-2로 완패한 뒤 사랑니를 빼느라 컨디션이 나빴던 탓이라고 밝혔다.
유럽 언론의 승부조작 관련 보도에 대해 호주 언론들은 대회에 찬물을 끼얹기 위한 것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하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호주테니스협회가 지난해 영국 스포츠 베팅 업체 윌리엄 힐과 500만 호주달러(약 42억 원)의 조건으로 후원 계약을 한 것도 이번 논란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윌리엄 힐은 올해 처음으로 대회 기간 모바일 기기를 통한 실시간 베팅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회 본부 측은 “합법적인 스포츠 베팅이 불법도박과 승부조작의 여지를 없앤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극단적인 상업주의와 사행성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도 적지 않다.
○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호주오픈을 참관하고 있는 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장은 “한국 선수들도 승부조작과 관련된 제안을 받고 거절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이형택은 “10년 전쯤 호주오픈에 출전했을 때 브로커가 1회전에서 져주면 5만 달러(약 6000만 원)를 주겠다며 접근했지만 거부했다”고 말했다. 2006년 호주오픈에서 세계 49위였던 이형택은 세계 75위인 플로리안 마이어(독일)와 맞붙었다. 하지만 이형택은 “당시 상대를 정확하게 기억하진 못한다”고 했다. 2007년 전후는 세계 테니스계가 승부조작 스캔들로 홍역을 치르던 시기다.
이형택을 지도한 뒤 현재 정현을 맡고 있는 윤용일 코치는 “영국 투어 대회에 나갔을 때 고의로 패하면 2만5000달러를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뿌리친 적이 있다. 대회 때 플레이어 라운지에서 나도는 특정 선수의 컨디션, 부상 정도 등의 정보를 알려주면 사례를 하겠다는 제안을 듣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 테니스 대회에도 불법 스포츠 도박이 성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왜 테니스인가
테니스는 일대일로 대결하는 개인 종목이라 승부조작이 축구, 야구 등 단체 스포츠보다 단순하며 스코어 조작이나 고의 기권 등도 쉽게 이뤄질 수 있다.
한 테니스 선수는 “마음만 먹으면 아무도 눈치 못 채게 볼을 아웃시키거나 서브에서 더블폴트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스포츠 베팅 전문가는 “역배당(랭킹이 낮은 선수가 높은 선수에게 이기는 경우)은 주위의 의심을 살 수 있다. 브로커가 두 명을 동시에 매수해 이길 선수가 확실하게 이기도록 한 뒤 거액을 베팅해 배당률은 적더라도 고액의 수익을 올리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AFP통신은 프랑스오픈 2주 동안 전 세계의 스포츠 베팅 금액은 10억 유로(약 1조3000억 원)이며 전체 테니스 시즌의 스포츠 베팅 규모는 2000억 유로(약 264조 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또 이 중 85%를 불법 베팅 금액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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