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현준(25)이 21일 포르투갈 프로축구 FC 포르투의 유니폼을 입고 데뷔전을 치렀다. 석현준이 여러 팀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포르투에 안착한 이유가 있다. 빅리그로 가는 고속도로이기 때문이다.
포르투는 세계 축구계의 ‘연구 대상’이다. 최근 12년 동안 2006년만 빼고 해마다 이적료 100억 원을 넘긴 선수를 배출했기 때문이다. 2002년부터 100억 원 이상의 이적료를 포르투에 안겨 주고 떠난 선수는 모두 26명. 이들의 이적료만으로도 포르투는 8000억 원이 넘는 거액을 챙겼다. 이들을 영입하는 데 포르투가 쓴 돈은 1400억 원 정도다. 결과적으로 포르투는 중개 수수료로 5.7배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유럽의 거대 클럽들이 득실거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포르투가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둔 결과다. 빅리그에 진출한 포르투 선수들도 곧바로 주전 자리를 꿰차며 기대를 충족시켰다. 포르투가 ‘선수 사관학교’, ‘유럽의 거상’으로 불리는 이유다.
포르투갈리그는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 프로리그 순위에서 유럽 6위(전체 7위)에 올라 있다. 흔히 말하는 4대 빅리그(잉글랜드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와 프랑스리그 다음이다. 해마다 거물급 선수가 팀을 떠나지만 리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포르투를 보면 요즘 답답했던 속이 조금은 풀리는 듯하다. 최근 거대 자본으로 무장한 중국 축구가 K리그의 핵심 선수들을 싹쓸이하듯 데려가는 모습을 보며 축구팬들이 허탈해했다. 하지만 방대해진 중국 축구의 그림자 반대편엔 빛도 있었다.
2013년 이후 K리그 선수들을 영입하며 중국 구단이 지불한 이적료는 약 300억 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중동 구단들이 쓴 이적료보다 50% 정도 많다. 오일달러를 무기로 아시아 축구 시장의 큰손으로 군림해 온 중동의 위력을 넘어선 것이다.
반면 K리그 구단들은 대부분 불황으로 모기업의 지원금은 줄어드는데 리그의 흥행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자 살림살이 규모를 줄이고 있다. 다행히 아시아에서 K리그 선수들의 기량에 대한 평가는 좋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K리그 구단들도 매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K리그가 포르투와 닮은 점이다.
올겨울 K리그 이적 시장은 예상보다 활발했다. 지난해 중반부터 중국에서 K리그로 들어온 이적료 약 100억 원의 덕이 컸다. 이 자금이 돌면서 챌린지(2부리그)까지 연쇄적으로 선수 이동이 이어졌다. 돌고 돈 이적 자금은 재정난이 심각한 소규모 팀에까지 흘러갔다. 중국발 낙수효과였다.
하지만 중국시장도 서서히 포화 상태를 맞고 있다. 중국 1부 리그에서 ‘아시아쿼터’(외국인 쿼터 4명 중 1명은 아시아 출신을 써야 한다는 규정)의 절반 이상은 이미 한국 선수들이 채우고 있다.
중국에 한국 선수를 이적시킨 한 에이전트는 “이제 한국 선수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많이 좁아졌다. 중국에 새 시장을 개척하려면 외국인 선수로 승부해야 한다. 데얀과 에두가 좋은 사례를 보여 줬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의 가치를 증대시키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K리그의 현실은 ‘한국의 포르투’ 등장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에 따르면 K리그는 여전히 아시아 1위이다. 한국 대표팀도 선전하고 있다. 선수가 떠난다고 경쟁력을 걱정할 시대는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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