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옥 기자의 야구&]AGAIN 2007… ‘양 金의 전쟁’ 부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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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 한화-NC, 사제이자 라이벌 김성근-김경문 감독
2007, 2008 KS 대결선 김성근 웃어… 우승 절실한 두 감독, 최후 승자는…

야구에서 야수의 능력을 평가할 때 5가지 항목을 살핀다. 타격(정확도), 파워, 수비, 강한 어깨, 그리고 빠른 발로 ‘파이브 툴(Five Tool)’이라고 부른다. 이 중 몇 가지를 갖췄는지를 보고 선수의 등급을 판정한다. 5가지를 모두 갖춘 선수를 ‘파이브 툴 플레이어’라고 부른다. 추신수(텍사스)가 대표적인데, 이런 특급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몇 안 된다.

한 팀의 전력도 5가지 항목으로 분석할 수 있다. 1990년대 ‘신바람’ 야구를 주도했던 이광환 전 LG 감독은 늘 ‘오각형 모형’으로 시즌을 전망했다. 15승 투수, 철벽 마무리, 도루 30개가 가능한 1번 타자, 힘 있는 4번 타자, 영리한 포수 등 5가지다. 이 전 감독은 “대체로 5개를 모두 갖춘 팀은 우승했고, 하나 정도 빠지면 2위, 둘 정도 빠진 팀은 4강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춘추전국시대로 전망되는 2016년 프로야구도 이 모형으로 윤곽을 그릴 수 있다. 우승 후보로는 NC와 한화를 꼽을 수 있다. NC에는 지난해 다승왕 해커(19승)가 있고, 한화는 ‘최고액’ 190만 달러의 선발 투수 로저스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 뒷문엔 84억 원짜리 소방수 정우람이 가세했고, NC에는 지난해 구원 2위 임창민이 있다. 도루왕 NC 김종호와 한화의 베테랑 이용규도 수준급 1번 타자이고, NC 테임즈와 한화 김태균도 내로라하는 4번 타자다. 포수는 두 팀 모두 특급은 아니지만, 약점 수준은 아니다. 두 팀 모두 빠지는 게 없다.

반면 디펜딩 챔피언 두산은 김현수의 메이저리그 이적으로 4번 타자 자리에 구멍이 생겼다. 최근 몇 년간 프로야구를 주도했던 삼성도 도박 파문 등으로 두세 군데 치명상을 입었다. 4강은 몰라도, 우승은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계산에 능한 한화 김성근 감독이 올해 목표를 밝히면서 두산과 삼성에 대한 언급 없이 “NC를 넘어 정상에 서겠다”고 밝힌 이유다.

NC와 한화의 대권 경쟁은 ‘양 김’의 치열한 라이벌전 부활을 의미한다. 사제로 인연을 시작한 김성근 감독과 NC 김경문 감독은 2007년부터 최고의 라이벌이었다. 2007년 한국시리즈는 빗속 난투극이 벌어질 만큼 치열했다. 두산이 먼저 2승을 챙겼지만, 김성근 SK감독이 내리 4연승을 거두며 우승컵을 차지했다. 김경문 감독은 이를 갈았지만, 이듬해 한국시리즈에서도 김성근 감독에게 패했다. 김성근 감독은 ‘야신’으로 추앙됐고, 김경문 감독은 ‘2인자’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얻었다.

시간이 흘렀지만, 라이벌 의식은 여전하다. 게다가 두 감독 모두 올해는 우승이 절실해 물러설 곳도 없다. 김경문 감독은 이젠 2인자 꼬리표를 떼야 한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박석민을 96억 원에 영입해 마지막 퍼즐을 맞춘 이유다. 김성근 감독도 마찬가지. 한화가 지난 3년간 외부 FA 영입을 위해 투자한 돈만 300억 원이 넘는다. 전임 김응용 감독이 막판 초라한 성적으로 화려한 명성에 흠이 생긴 것도 잘 봤다. 야신이라는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승 외에 답이 없다.

박병호 등 특급 스타들의 유출로 팬들의 관심이 떨어질까 걱정되는 2016년 프로야구. 흥행 보증수표인 양 김의 치열한 라이벌전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윤승옥 기자 touch@donga.com
#김성근#김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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