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자프로농구 무대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선수들 대부분은 미국여자프로농구(WNBA)를 경험한 실력자들이다. 과거 국내무대를 누볐던 타미카 캐칭(37·전 우리은행), 로렌 잭슨(35·전 삼성생명) 등과 같은 슈퍼스타급 선수들은 아니지만, 주전과 벤치를 오가며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생존하고 있는 선수들이다. 개성도 각기 다르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국내무대 적응에 애를 먹는 선수도 있고, 자기 잘난 맛에 국내선수들을 아래로 보는 선수도 있다. 이 때문에 선수 컨트롤에 어려움을 겪는 감독이 한 둘이 아니다. 그만큼 실력, 적응력, 인성을 두루 갖춘 선수를 찾기는 어렵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삼성생명은 성공한 팀이다. 키아 스톡스(23·사진)를 보유했기 때문이다.
● 미국농구가 인정한 유망주
스톡스는 명문 코네티컷대학교를 거쳐 2015 WNBA 신인드래프트에서 11순위로 뉴욕 리버티 유니폼을 입었다. 대학시절부터 리바운드와 블록슛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대학교 4학년 때는 ‘AAC 콘퍼런스 올해의 수비수’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5년부터 프로에 뛰어든 새내기지만, 첫 해외무대인 WKBL에서도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스톡스는 올 시즌 24경기에서 평균 9.9점·9.3리바운드·2.1블록슛을 기록 중이다. 삼성생명이 올 시즌 끈끈한 수비를 펼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는 바로 스톡스의 존재다.
삼성생명 임근배 감독은 “애초부터 수비와 리바운드만 보고 영입한 선수다. 시즌을 치르면서 공격도 점점 늘고 있다. 기록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국내선수들에게 믿음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 빌 레임비어(뉴욕 리버티) 감독으로부터 키아(스톡스)의 경기영상을 보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뉴욕에서도 키아의 성장에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성격도 최고, 인기 독차지
스톡스는 코트 안팎에서 동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칭찬 일색이다. 삼성생명 박태은(29)은 “지금까지 만난 외국인선수 중 키아가 가장 착하다”고 말했고, 배혜윤(27)은 “패스를 잘못 줬는데도 동료들에게 ‘잘 잡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한다. 성격이 무척 좋다. 코트 밖에서도 잘 어울린다. 다음 시즌에 다른 팀에 안 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스톡스는 “대학교 때 어시스턴트 코치로부터 동료들에게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하고,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배웠다. 그 가르침이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스톡스는 큰 체격(193cm·90kg)에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외모로 남성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삼성생명 관계자에 따르면, 남자프로농구(KBL)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선수 2명이 스톡스에게 ‘한 번 만나보고 싶다’며 연락처를 물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스톡스는 남성들의 구애에 별 관심이 없다. 스톡스의 관심사는 ‘팀 승리’다. 그녀는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뿐이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