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는 압도적 강팀이었다. 정규시즌 무려 90승을 달성했는데, 이는 1956년 난카이 호크스 시절 이후 59년만의 구단 최다승 기록이었다. 퍼시픽리그 2위 니혼햄과의 격차는 12경기나 났다. 야쿠르트와 맞붙은 일본시리즈마저 4승1패로 마쳤다. 시범경기와 인터리그까지 모두 1위였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에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다. 일본시리즈 3연패가 가능한 전력이 거의 고스란히 남아있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던 마스다 노부히로도 주저앉혔다. 이대호(34·사진)가 빠져나가도 치명적이지 않다. 자금력까지 막강해 최상급 외국인타자를 데려올 수 있다.
그럼에도 이대호를 향한 소프트뱅크의 구애는 간절하기만 하다. 26일 일본 산케이스포츠는 “소프트뱅크에서 2년을 뛰었다. 팀에 녹아든 선수다. 스프링캠프 합류는 처음부터가 아니어도 괜찮다”라는 오 사다하루(왕정치) 소프트뱅크 구단 회장의 말을 전했다. 이대호를 두고 한 말이다. 당초 이달 30일까지 잔류 여부를 결정하라는 ‘최후통첩’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는데, 회장이 나서서 그 시한을 연장한 것이다.
오 회장은 “구도 기미야스 감독의 의중이 중요하겠지만 2월 1일 시작되는 소프트뱅크의 캠프에 맞춰서 이대호가 합류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얘기까지 했다. 계약만 하면 캠프 참가는 천천히 해도 괜찮다는 특별대우 의사가 담겨 있다.
그 이유는 이대호가 2012년 오릭스 입단과 2014년 소프트뱅크 이적 이후까지 지난 4년간 보여준 실적에 있다. “계산이 서는 선수”라는 것이 오 회장의 평가다. “현 시점에서 이대호를 대신할 외국인선수는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이대호는 지난 시즌 타율 0.282에 31홈런 98타점을 기록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홈런 테라스’를 신설해 야구장 펜스를 당기는 효과를 냈는데, 이대호가 여기에 최적화된 홈런 생산력을 보여줬다.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쥐었다. 꾸준함과 결정력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외국인선수 영입에서 대박이 났다. 선발 릭 밴덴헐크(9승무패)와 마무리 데니스 사파테(41세이브·방어율 1.11)가 팀에 잔류한 상황에서 이대호까지 합류하면 외국인선수 투타 밸런스를 맞출 수 있다.
소프트뱅크의 자금력을 고려하면 돈은 문제가 아니다. 이대호의 마음이 중요하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이대호의 결정을 일본프로야구 최강팀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