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대표팀 신태용(46) 감독은 30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경기장에서 벌어진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일본과의 결승을 마친 뒤 몇 가지 숨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결승에서 일본에 2-3으로 역전패한 아쉬움뿐 아니라 이번 대회 전반을 되돌아봤다.
● 한·일전 한 박자 늦었던 연제민의 교체 타이밍
신 감독은 일본과의 결승에서 수비수 연제민(23·수원)의 교체 타이밍이 늦었던 것에 대해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신 감독은 “전반 중반부터 연제민의 컨디션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전반전 도중 연제민이 상대 공격수와 충돌해 잠시 그라운드 밖으로 나왔을 때 교체를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선수가 더 뛰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팀의 주장을 맡고 있어 교체하려던 마음을 접었다. ‘잘 버텨주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후반전에 수비가 무너졌다. 감독의 판단 미스였다”고 솔직히 말했다.
● 일찍 결정한 카타르전의 스리백
올림픽대표팀은 카타르와의 4강전에 스리백을 가동했다. 후반 34분 골키퍼의 캐칭 미스로 동점골을 내줬지만, 카타르 공격수들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신 감독은 “요르단전(8강)을 마치고, 곧바로 스리백 가동을 결정했다. 요르단전이 끝나고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수비형 미드필더 황기욱(20·연세대)을 따로 불러 카타르전 선발출전을 준비시켰다”고 밝혔다. 황기욱은 스리백 앞에서 상대 공격을 사전 봉쇄하는 역할을 맡았다. 황기욱은 류승우(23·레버쿠젠)의 선제골도 어시스트하는 등 공수에 걸쳐 카타르전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 수비하지 않는 황희찬, 마음에 안 들었다!
신 감독은 황희찬(20·잘츠부르크) 발탁 비화도 들려줬다. 신 감독이 황희찬을 처음 본 것은 19세 이하 대표팀에서였다. 신 감독은 “공격에선 확실히 재능이 있는데 수비에 가담하지 않더라. 공격수도 수비를 해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2년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나 신 감독은 지난해 선발 가능한 선수를 확인하다 황희찬의 이름을 봤다. 황희찬이 활약 중인 오스트리아로 직접 가서 경기를 보기로 했다. 신 감독은 “내 생각과 달랐다. 수비가담에 적극성을 보였고, 몸싸움도 좋았다.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지난해 뽑아 확인했고, 이번 대회 엔트리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황희찬은 화려한 드리블로 많은 축구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 수비수 자신감 잃을까 노심초사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신 감독이 가장 자주 들었던 말이 ‘수비 불안’이었다. 신 감독도 우리 수비가 약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좀더 공격적 플레이를 하기 위해 수비에서의 약점을 감수했다. 그런데 워낙 수비 불안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니 걱정이 앞섰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신 감독은 “감독 입장에선 선수들을 믿고, 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수밖에 없었다. 계속 다독이면서 끌고 가야 했다. 카타르와의 4강전에선 수비적 전술을 썼는데, 다행스럽게 선수들이 잘 견뎌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