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주(21·롯데)는 평소 “잠이 보약”이라는 얘기를 자주 한다. 어디에든 등만 대면 눈이 감기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지난 연말 사석에서 만난 그는 “불면증이 생긴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큰 꿈을 품고 떠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얻은데 대한 고민이 컸기 때문이다.
국내 무대를 평정했던 김효주는 지난해 LPGA투어에서 상반기 1승을 거둔 뒤 8월 이후 10개 대회에서 단 한 차례 톱10에 드는 부진에 허덕였다. 평생 한번 뿐인 신인상의 영광도 김세영에게 넘겨줬다. 그랬던 김효주가 모처럼 발을 쭉 뻗고 푹 잘 수 있게 됐다.
김효주는 1일 바하마 파라다이스 섬의 오션클럽GC(파73)에서 열린 LPGA투어 2016시즌 개막전인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에서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1타차 공동 3위로 출발한 마지막 라운드에서 버디 8개와 보기 1개로 7타를 줄여 최종 합계 18언더파 274타로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챔피언 김세영,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를 2타차로 제쳤다.
지난해 3월 파운더스컵 이후 통산 3승째를 거두며 우승 상금은 21만 달러가 됐다. 10위였던 세계 랭킹을 7위까지 끌어올리며 국가별로 최대 4명까지 출전할 수 있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할 가능성도 높였다. 김효주는 “첫 대회 우승으로 자신감을 얻었다. 상반기에 3승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전반에만 버디 4개를 낚은 김효주는 후반 들어 3개 홀 연속 버디를 앞세워 3타차 단독 선두로 나섰다. 16번 홀(파4)에서 3온 2퍼트로 보기를 해 1타차로 추격당했지만 17번 홀(파3)에서 4번 아이언으로 한 티샷을 2.5m에 붙인 뒤 가볍게 버디를 추가해 다시 2타차로 달아났다.
김효주는 새해 초에 태국 치앙라이에서 스승인 한연희 감독과 함께 3주 동안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한 감독은 “효주가 거리 욕심을 내면서 스윙이 흐트러졌었다. 태국에서 체력 보강과 함께 스윙 리듬을 되찾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매일 오전 6시30분 스트레칭으로 하루 훈련을 시작했다. 오전 18홀 라운드를 마친 뒤 오후에는 샷과 쇼트 게임 연습을 했고, 저녁마다 5km를 달렸다. 김도훈, 박상현 등 남자 프로들과의 라운드로 실전 감각을 높였다는 김효주는 “훈련에 집중할수록 몸이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LPGA투어에서 역대 최다인 15승을 합작한 한국인 선수들의 상승세는 김효주의 우승으로 올 시즌에도 이어지게 됐다.
반면 루이스는 이날 5타를 줄이며 우승을 노렸지만 다시 한번 한국 선수의 벽에 막혀 눈물을 흘렸다. 2014년 아칸소챔피언십 우승 이후 루이스는 이번 대회까지 40개 대회에서 준우승만 9차례 했을 뿐 승수 추가에는 실패했다. 루이스가 준우승한 대회 중 7개 대회의 챔피언은 한국(계)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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