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초 양동근 공백 대비 훈련 효과… 198cm장신에도 경기당 5.82개 1위
도움왕 달성 땐 ‘역대 최장신’ 기록
농구의 포인트 가드는 ‘코트 위의 사령관’으로 통한다. 배구의 세터, 미식축구의 쿼터백처럼 볼을 배급하고 작전을 지시하는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포인트 가드를 평가하는 기본 덕목이 도움이다.
1997년 프로 출범 후 도움왕은 포인트 가드의 전유물이었다. 원년의 강동희(은퇴)를 시작으로 이상민(삼성 감독), 김승현(은퇴), 주희정(삼성) 등이 여러 차례 도움왕에 오르며 ‘특급 가드’임을 입증했다. 예외가 한 번 있었다. 2011∼2012시즌 오리온의 포워드로 도움왕을 차지한 크리스 윌리엄스다.
이번 시즌에는 역대 2번째이자 국내 선수 처음으로 ‘포워드 도움왕’ 탄생이 기대되고 있다. 모비스의 함지훈(32·사진)이 주인공이다. 1일 현재 그의 경기당 평균 도움은 5.82개로 SK 김선형(5.69개)과 팀 선배 양동근(5.53개)보다 앞서 있다. 양동근은 이미 도움왕에 오른 적이 있고(2010∼2011시즌), 김선형은 2011∼2012시즌 데뷔 이후 이 부문 상위권을 지켰다. 포인트 가드인 둘 모두 함지훈보다 도움이 적었던 적은 없었다.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3.76개였던 함지훈의 도움이 크게 늘어난 데는 모비스 유재학 감독의 지시가 컸다. 팀의 외국인 선수들이 혼자 해결하는 능력이 부족한 데다 시즌 초반 국가대표 차출로 빠진 양동근의 공백을 대비해 함지훈에게 집중적인 도움 훈련을 시킨 것. 농구 센스가 좋은 함지훈은 지난해 8월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평균 8개가 넘는 도움을 달성하며 합격점을 받았다. 함지훈이 끝까지 1위를 지키면 ‘역대 최장신 도움왕’이라는 기록도 세운다. 모비스 이도현 사무국장은 “한국농구연맹(KBL) 홈페이지에는 둘 다 198cm로 돼 있는데 윌리엄스가 모비스에 있을 때 측정한 키는 함지훈보다 2cm 정도 작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함지훈이 도움왕으로 가는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팀 성적이 좋아서다. 유재학 감독은 “예상과 달리 모비스가 1위 싸움을 하고 있다. 이기기 위해서는 (함)지훈이가 다른 선수에게 공격 기회를 주기보다 더 많은 슛을 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전자랜드를 상대로 9득점 7도움을 기록했던 함지훈은 30일 오리온전에서 14득점 3도움을 올렸다. 득점은 늘고 도움은 줄었다. 함지훈은 “골을 넣은 선수까지 2명이 기분 좋은 도움은 확실히 매력이 있다. 국내 최초라고 하니 솔직히 신경도 쓰인다. 하지만 일단은 정규리그 우승이 먼저”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