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 직격탄’ 맞은 리우…112년 만에 부활한 골프, 어떡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일 17시 06분


6개월 앞으로 다가온 2016 리우데자네이루(리우) 올림픽이 지카 바이러스 충격으로 역대 최악의 올림픽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리우 올림픽 조직위원회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은 이미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브라질의 재정위기와 환경오염이라는 2중고에 시달려왔다. 여기에 지카 바이러스라는 직격탄까지 맞아 올림픽 개최 여부마저 장담할 수 없는 위기에 몰리게 됐다. 1896년 그리스에서 시작된 근대 올림픽이 취소된 경우는 1916, 1940, 1944년 세 번으로 모두 세계대전이 이유였다.

특히 지카 바이러스로 재정위기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올림픽을 계기로 반등이 예상됐던 브라질 헤알화의 가치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다. 반면 올림픽 기반 시설 건설비용은 계획보다 크게 증가하면서 개막에 맞춰 경기장을 완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더 커지고 있다. 환경오염도 여전히 걸림돌이다. 조정, 요트 등 수상경기가 열릴 구아나바라 만은 리우데자네이루 지역의 생활하수로 인한 수질오염이 심각하다. 지난해 5월 브라질 환경부 장관이 직접 물에 뛰어 들어 수영을 하며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8월 이곳에서 열린 테스트 이벤트에 참가한 한국 선수들이 고열과 구토 증세를 호소하며 병원 신세를 졌다. 선수단은 당시 “물에 부유물이 많고 악취가 난다”고 주장했다.

112년 만에 부활한 올림픽 골프는 지카 바이러스 불안으로 인한 선수들의 불참 선언을 걱정할 형편에 놓였다. 골프 코스에 조성돼 있는 2개의 인공호수가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진 이집트 숲모기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호수는 4개 홀에 접해 있어 선수와 갤러리들이 모기에 노출될 수 있다. 가임기의 여자 선수들은 출전 자체를 두려워할 가능성이 높다. 타이 보타우 국제골프연맹 부회장은 “선수들을 대상으로 바이러스의 위험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IOC, 세계보건기구(WHO)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바이러스 확산 차단에 노력하고 있다. 모기 퇴치제의 공급과 연못에 대한 방역작업도 실시된다”고 말했다. 여자골프 세계 랭킹 1위 리디아 고는 “(바이러스와 관련된) 브라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올림픽 출전이 올해 최고 목표인데 안전하게 대회를 치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WHO가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가운데 토바스 바흐 IOC 위원장은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지만 올림픽은 별다른 문제없이 좋은 환경에서 치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참가국들은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호주와 캐나다 올림픽위원회는 임신했거나 임신할 가능성이 있는 여자 선수와 스태프는 브라질 전지훈련과 올림픽 참가를 자제시킨다는 방침을 정했다.

브라질 정부도 마찬가지다. 자케스 바기네르 수석장관은 “지카 바이러스는 특히 임신부들에게 심각하다. 그 위험을 감수할 수 없기 때문에 올림픽 때 방문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가임기의 선수, 관계자, 관광객이 찾지 않는다면 대회 운영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이고 ‘올림픽 특수’도 있을 수 없다.

대한체육회는 “전지훈련을 가는 종목 단체들에게 주의를 주고 있지만 선수단 구성이 7월에야 확정되기 때문에 아직 본격적으로 대응을 할 단계는 아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대책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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