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신인 삼총사 “신예들의 무덤에서 살아남는 법”

전북 신인 3총사(맨 왼쪽부터 이한도, 명준재, 최규백)가 최근 소속 팀의 UAE 동계전지훈련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신인들의 무덤’ 전북에서 새내기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을 준비하며 ‘제2의 이재성’을 꿈꾸고 있다. 아부다비(UAE)｜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전북 이한도 명준재 최규백 등 UAE 전지훈련 동행
‘신인들의 무덤’에서 신인들이 살아가고 생존하는 법
최강희 감독 “도전하고 또 도전해 제대로 미쳐라!”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북현대를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있다. ‘신인들의 무덤’이라는 표현이다. 프로 초년병들이 날개를 달고 비상한 케이스는 극히 드물다. 이재성(24)을 제외하면 최근 전북에서 주전급으로 도약한 신예들이 많지 않다. 어쩔 수 없는 측면이 크다. 전북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와 정규리그, FA컵까지 항상 우승을 노리는 클럽이기에 대개 검증된 베테랑들의 출전 기회가 많다.

올해도 예외는 아닐 것 같다. 2016시즌을 앞둔 전북은 대대적인 전력 보강에 임했다. 누구 하나 뒤지지 않는 이름값 높은 스타들이 대거 영입돼 가장 이상적인 더블(2) 스쿼드를 구축했다. 그래도 전북 최강희(57) 감독이 신예들을 외면하는 건 아니다. 항상 ‘매의 눈’으로 날카롭게 될성부른 떡잎을 찾아낸다. 전북은 지난달 5일부터 1일 끝난 아랍에미리트(UAE) 동계전지훈련에 21세 동갑내기 신인들을 동행시켰다. 이한도(DF)·명준재(MF)·최규백(DF) 등 3명이 쟁쟁한 선배들과 일정을 소화했고, 많은 실전 기회를 잡으며 검증 과정을 거쳤다. ‘제2의 이재성’을 꿈꾸며 새로운 비상을 향하는 이들을 만났다.

-전북 유니폼을 입은 기분이 어떤가.

이한도(이하 이)=처음에는 그저 설렘뿐이었다. 그런데 프로의 벽이 높더라. 경기운영 속도에서 아마추어 때와 크게 차이가 있었다. 물론, 주어진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는 심리적인 압박도 대단했다.

명준재(이하 명)=긴장과 설렘, 행복 등 복합적인 감정이다. 말로만 들었던 것보다 구단의 처우와 환경 등 모든 면이 굉장했다. 대학 시절, 프로팀과 종종 연습경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런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최규백(이하 최)=누구나 다 아는 팀이다. 마냥 좋게만 생각했다. 주변에서도 날 부러워했고. 팀 합류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그게 아니었다. 워낙 긴장하다보니 평소 잘할 수 있는 것조차 놓칠 때가 많다.

-아마추어 때와 무엇이 가장 큰 차이였나.

이=개인기량이다. 대학 때야, 조직력으로 서로의 미흡함을 보충해줄 수 있는데 여기서는 모두가 능력이 좋다보니 금세 실력 차이를 보여준다.

명=집중력이다. 플레이 하나하나에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한다. 사소한 것이 없다고 할까. 몸 관리부터 달랐다. 팀 훈련 전에 미리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최=대학 때는 실력이 고만고만한데, 프로는 기본기부터 모든 걸 이미 갖춰야 한다. 특히 수비수는 작은 실수가 곧바로 실점이라는 엄청난 아픔으로 다가온다.

-최강희 감독이 어떤 조언을 해줬나.

이=‘도전하고 또 도전하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성공적인 선수, 성공적인 프로 생활에 대한 노하우를 일깨워주셨다.

명=처음 뵙고 인사드렸을 땐 워낙 표정이 없으셔서 굉장히 무서운 분인 줄 알았다. 그런데 딱 그라운드에서만 무서운 분이다. 말씀도 재미있게 해주시고. ‘(프로에서) 슬럼프는 사치’라는 말이 다가왔다.

최=솔직히 무서웠다. 그런데 막상 대화해보면 참 재미있는 분이다. ‘1년 동안 제대로 미쳐보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선배들에게 들었던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이=연습경기 중 제대로 실수했는데, 형들이 ‘괜찮아’라고 하셨다. 아무렇지 않은 표현인데도 금세 편안해졌다.

명=‘왜 못해? 이 말을 잊을 수 없다. 나쁜 의미가 아닌, ’충분히 잘할 수 있으면서‘라는 전제가 깔린 표현이었다. 운동 후에 이 말을 되새기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최=연습경기 중 내가 상대 공격수를 넘어뜨려 페널티킥을 내줬다. 해선 안 될 실수였는데, (이)한도가 들었던 것처럼 ‘괜찮아’라는 따스한 위안이 큰 용기를 줬다.

-실전을 치르면서 느낀 소감이 있다면.

이=난 정말 부족한 선수였다. 계속 스스로 조급해졌다.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저지르고, 내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었다. 최대한 즐기려 했는데, 마음처럼 쉽지 않더라.

명=아마추어 때는 공격수는 공격, 수비수는 수비만 하면 되는데 여기서는 그런 것이 없다. 모두가 공격을 하고, 모두 함께 수비를 해야 한다. 정신없었다.

최=볼을 잡을 때 여유가 없었다. 예전에는 전방에서 강한 압박이 들어와도 여유롭게 상황 대처를 하고, 경기를 풀어갔는데 처음 연습경기 때 볼을 잡자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저 볼 돌리는 데 급급했고. 여유를 최대한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

-전북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이=K리그 최고의 구단이다. 당연히 살아남아야지. 이렇게 엄청난 기회가 왔는데. 이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기관리부터 철저히 하겠다.

명=결국 내가 해내야 한다. 스스로가 잘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

최=부족함을 빨리 보완하려 한다. 팀에도 빨리 적응하고 여유를 찾겠다. 생존할 거다. 꼭.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