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시작된 KIA의 2차 전지훈련에서 늘 붙어 다니는 윤석민(30·등번호 20)과 양현종(28·등번호 54)의 등번호는 뒤에서 보면 마치 한 번호 같았다.
올 시즌 2013년 이후 3년 만에 ‘토종 선발투수’로 나설 두 선수의 어깨는 어느 때보다 무겁다. 하지만 마음만큼은 어느 때보다 가볍다.
김기태 감독이 두 선수의 얼굴을 본 건 거의 석 달 만이다. 하지만 별다른 말을 건네지는 않았다. 다른 선수들과 이야기하다 “어∼이, 현종이!”라고 하는 정도였다. 새로 입단한 외국인 투수들에게 사탕도 건네주던 모습과는 달랐다.
김 감독이 베테랑들에게 유독 말을 잘 안 하는 것 같다고 하자 양현종은 “감독님은 그만큼 저희가 얼마만큼은 해 주리라 믿어 주신다. 부담 없이 운동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만큼 실력으로 보여 드려야 한다”라고 했다. 윤석민도 “그 덕분에 광주에서부터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훈련할 수 있었다. 말씀을 안 하셔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책임감을 가지고 더 몸을 만들게 됐다”라고 말했다.
두 선수는 오전 9시부터 스트레칭을 시작으로 번트 수비 훈련, 연습 피칭, 회복 훈련, 러닝을 차례로 한 뒤 오후 1시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에 오른다. 김 감독은 “시간은 짧아도 훈련량이 절대 적지 않다. 야구는 순간에 에너지를 얼마나 쏟아붓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짧아도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현종은 훈련 틈틈이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갔다. 러닝을 마치고 회복 훈련 중인 후배 임기준(25)에게 다가가 “고로(일본 애니메이션 ‘메이저’에 등장하는 가상의 인물로 작품 속 메이저리그 시절 등번호가 56번) 따라서 메이저 가려고 56번 단 거 아니냐”라며 농담을 건넸다. 임기준은 지난해까지 등번호 63번을 썼다. “고등학교 때부터 달았다”는 임기준에게 그는 “맞는데 뭘 그러느냐”며 능글맞게 웃었다.
‘후배를 왜 그렇게 괴롭히냐’고 물으니 그가 답했다. “오랜만에 보니 반가워서 장난친 거죠. 떨어져 있다가 다 모이니 북적북적하고 좋아요. ‘이게 팀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어찌 됐건 야구는 팀으로 돌아가잖아요. 또 어린 친구들이 잘 치고 올라와서 자리를 잡아야 좋은 팀이 될 수 있고요. 저도 나이가 많진 않지만….(웃음)”
윤석민도 “시즌 끝까지 이렇게 시끌벅적하게 웃고 응원하며 재미있게 보내고 싶다. 시즌 중반만 돼도 서로 힘들어서 말도 잘 못 하는데 감독님이 좋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애쓰시는 만큼 연패를 당할 때면 한 경기라도 더 일찍 끊고 연승은 길게 이으며 ‘즐기는 야구’를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