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훈련 막바지에 접어든 이보미(28·혼마골프)의 얼굴에서 굵은 땀방울이 쉴 새 없이 떨어진다. 13일 오후 4시(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팜스프링의 테라라고 골프장은 한국에서 전지훈련을 온 프로골퍼와 주니어 골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 골프장에서 훈련하고 있는 선수들은 어림잡아 50명 정도. 넓은 잔디밭 한쪽에서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2015년 일본의 골프역사를 새로 쓴 주인공 이보미다. 오전 라운드와 오후 스윙 연습을 끝낸 이보미는 트레이닝 복장으로 갈아입은 뒤 잔디밭으로 나왔다. 가볍게 몸을 푼 이보미는 작은 가방에서 배드민턴 라켓을 꺼내더니 함께 훈련 중인 트레이너 와타나베 아루야 씨와 셔틀콕을 친다. 꽤 낯선 풍경이다. 프로골퍼인 이보미가 갑자기 배드민턴 라켓을 든 이유가 뭘까. 아루야 트레이너는 “배드민턴은 몸을 많이 움직이면서 셔틀콕을 받아내야 하는 운동이기에 민첩성을 기르는 데 좋다”고 설명했다.
약 20분 정도 배드민턴으로 몸을 푼 이보미는 잠깐의 휴식도 없이 이번에는 줄넘기를 꺼내 들었다. ‘다다닥∼ 다다닥’ 줄을 넘기는 소리가 제법 많이 해본 솜씨다. 그런데 아직 서툰 게 있다. 한번도 성공하지 못한 2단 뛰기다. 옆에서 지켜보는 트레이너의 주문이 계속됐다. 직접 시범을 보이며 요령을 가르쳐 주지만 이보미는 번번이 2단 뛰기에 실패했다. 결국 이날도 2단 뛰기를 성공하지 못한 채 줄을 내려놨다. 멋쩍은 듯 이보미는 “왜 이게 안 되는지 잘 모르겠어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줄넘기까지 끝내고 나면 어느새 온 몸은 땀으로 뒤범벅이다. 그러나 숨 돌릴 틈이 없다. 이번에는 계단 오르내리기와 짐 볼을 이용한 회전운동 그리고 좌우 스텝 밟기와 공 튕겨 받기 훈련이 기다리고 있다. 단계별로 30초 씩 진행되는 이 훈련을 반복하면 순발력과 판단력, 하체 단련 등의 효과가 있다. 어느 새 이보미의 입에서도 거친 숨소리가 새어 나온다. “헉, 헉” 숨이 턱밑까지 차오고 연신 이마의 땀을 닦아내보지만 어느덧 땀방울은 목줄기까지 내려와 있다. 하지만 조금도 꾀를 부리거나 쉴 생각은 하지 않는다.
마지막은 트레이너와 이보미의 몸에 줄을 매고 이보미가 트레이너를 앞뒤 그리고 좌우로 끌어당기는 훈련이다. 하체 근육을 발달시키기 위한 연습이다. 앞서 1시간 남짓 이어진 체력 훈련으로 기진맥진한 상태여서 그런지 더 거칠게 숨을 내뱉는다. 결국 마지막에는 “아악∼”하는 비명을 지르며 젖 먹던 힘까지 쏟아낸다. 1시간30분 정도 이어진 체력 훈련이 끝나자 이보미는 철퍼덕 잔디밭에 주저앉는다. 그리고 미리 챙겨온 비타민 음료와 생수를 마시며 갈증을 푼다.
“생각보다 힘들어요. 하지만 이를 악물고 해내야죠.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 올 시즌 제가 받을 성적표가 달라지잖아요.”
이보미는 요즘 들어 부쩍 체력 훈련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올 시즌을 위한 준비죠. 시즌 내내 안정된 기량을 펼치기 위해선 체력이 필수거든요. 두 번째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준비라고 할 수 있어요. 어느덧 28살이 됐고 2년 뒤면 30대에 접어들잖아요. 체력이 떨어져 경쟁에서 밀려날 수는 없잖아요. 지금은 톱의 위치에 있지만 내려가더라도 천천히 내려가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지금부터 몇 년 뒤를 생각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체력 훈련은 그 중 하나죠.”
2016년 리우올림픽 출전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내 건 이보미. 쉴 새 없이 쏟아내는 굵은 땀방울만큼 꿈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5주 넘게 진행된 이보미의 전훈은 16일 끝이 난다. 귀국 후 사나흘 휴식을 취한 뒤 태국으로 이동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혼다타일랜드에서 시즌 첫 출격이자 올림픽을 향한 첫 발을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