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 “KS 내내 타격 부진… 나에게 실망 컸었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6일 03시 00분


[출장국밥/동아일보]한국시리즈서 마음고생 삼성 최형우

《 누구나 잘할 때도, 못할 때도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모든 걸 보여줘야 하는 프로 선수들에겐 이 당연한 말이 가혹할 만큼 허락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준비했다. 동아일보가 시원하게 경기를 ‘말아먹은’ 선수들을 찾아가 속사정을 들어본다. 첫 번째 주인공은 프로야구 삼성의 4번 타자 최형우다. 》

타격훈련을 마친 최형우가 일본 온나손 아카마 구장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지난해 누구보다 아쉬움이 컸던 그가 밝힌 올 시즌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오키나와=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타격훈련을 마친 최형우가 일본 온나손 아카마 구장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지난해 누구보다 아쉬움이 컸던 그가 밝힌 올 시즌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오키나와=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우∼우우우∼, 풍문으로 들었소, 최형우가 홈런을 날렸다는 그 말을∼.’

지난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내내 최형우(33·삼성)의 홈런 소식은 노랫말처럼 풍문에 그쳤다. 극심한 타격 부진(21타수 2안타 0홈런 0타점)에 시달린 그에게 팬들은 비난을 쏟아냈다. 4번 타자로 삼성의 통합 4연패와 정규리그 5연패를 이끈 그였기에 팬들의 실망은 더 컸다.

최형우라고 다를 리 없었다. 그는 “중심타자 역할을 전혀 못했으니 진짜 아쉬웠다. 스스로에게 실망도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아쉬움은 끝”이라고 했다. “두 달 동안 다 잊었고, 이제 새로운 목표를 위해 달려야죠. 목표요? 당연히 우승이죠.”

지난 시즌 초까지만 해도 최형우는 홈런왕 경쟁을 할 만큼 상승세를 탔었다. 5월까지 안타 58개 중 17개가 홈런. 하지만 ‘커리어하이(시즌 최고 성적)를 찍을 수 있겠구나’ 기대한 순간부터 부진에 빠졌다고 한다.

“7, 8월 부진이 좀 길었어요. 오죽했으면 이 나이에 방에서까지 (김)상수랑 스윙을 했다니까요. 그때 같은 방을 썼던 상수도 타격감이 안 좋았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노력해도 안 되더라고요. 부진에서 벗어나겠다고 발버둥치기보다는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미리’ ‘꾸준히’ 해놔야 한다는 걸 절실하게 느꼈죠.”

지난해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5회 두산에 4-3으로 역전당한 뒤 6회 첫 타자로 나와 2루수 플라이로 물러난 최형우. 이날 4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최형우의 침묵은 5차전까지 이어졌고 삼성의 통합 5연패 도전은 그대로 끝났다. 동아일보DB
지난해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5회 두산에 4-3으로 역전당한 뒤 6회 첫 타자로 나와 2루수 플라이로 물러난 최형우. 이날 4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최형우의 침묵은 5차전까지 이어졌고 삼성의 통합 5연패 도전은 그대로 끝났다. 동아일보DB
왼손 타자라 당겨 쳐서 오른쪽으로 날아가는 타구가 많은 최형우는 최근 비시즌이면 밀어 치는 스윙에 특히 공을 들였다. 땀 흘린 결과는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통산 203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최형우가 밀어 쳐서 왼쪽 담장을 넘긴 것은 19번인데 그중 10번은 최근 2년 동안 나왔다.

만루에서 그의 타율은 0.333이다. 하지만 ‘찬스에 약하다’는 비판도 늘 그를 따라다닌다. 결정적인 찬스에서 나온 한 번의 헛스윙을 팬들은 더 강하게 기억하기 때문이다. 실력보다 저평가를 받는다는 평에 대해 그는 “제가 살아온 길이 누군가에게는 충분히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며 “그저 내가 할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형우는 올 시즌을 마치면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된다. 그런 그에게 ‘삼성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을 했더니 “나를 울리고 웃겼던 팀이고, 내 인생 모든 게 묻어 있는 팀”이라고 답했다. 그의 짧은 한마디에는 방출의 눈물부터 우승의 감격까지 짙게 배어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한 번도 우승을 못 해봤는데 (삼성) 덕분에 우승을 했죠. 지난 한국시리즈에서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렸고, 팀도 복잡한 상황이지만 팬들이 그만큼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대도 많으실 거예요. 올해는 기대에 꼭! 보답하겠습니다.”

오키나와=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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