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중 코치에 의존하는 장광균 감독대행 감독 바뀐 첫 경기 찾지 않은 이유성 단장 선수들까지 우왕좌왕…이유있는 연전연패
인간이란 종족은 무리를 이루는 습성이 있다. 그리고 그 조직에선 위계라는 것이 만들어진다. 그래야 효율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리더의 권위를 인정해주는 것은 그만큼의 역량을 발휘해 조직을 지켜주기를 바라는 이해관계가 작용한 결과물이다. 위기에 처한 조직일수록 구성원들이 리더만 바라보는 것은 첫째로 해법을 얻고, 둘째로 심적 안정을 구하고 싶어서다.
그러나 16일 대한항공에선 쳐다볼 곳이 그 어디에도 없는 듯했다. 기장이었던 김종민 감독은 자진사퇴 형식으로 11일 퇴진했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새 기장이 된 장광균 감독대행(35)은 뚜렷한 해법 없이 선수들의 파이팅만 바랄 뿐이었다. 장 대행은 “어쩔 수 없을 때만 선수들이 ‘감독’이라고 불렀으면 좋겠다”, “리베로 최부식 선수(38)한테는 ‘형’이라고 부른다”며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게 된 현실을 당혹스러워 했다.
1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진 현대캐피탈과의 원정경기가 안 풀리자 장 대행은 벤치에 앉은 브라질 코치 2명을 돌아보곤 했다. 경기 후 물어보니 “선수 교체를 상의하기 위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작전타임을 걸면 장 대행 못지않게 선수들도 말을 많이 했다. 하고자 하는 의욕으로 좋게 봐줄 수 있겠지만, 수장에게 기댈 수 없는 어수선한 팀 분위기가 어쩔 수 없이 노출됐다.
계륵으로 전락한 외국인선수 모로즈는 잦은 범실로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2세트 작전타임 도중 물병을 집어던지며 장 대행의 지시도 듣지 않고 벤치에 앉아버렸다. 장 대행은 3세트 들어서야 모로즈를 뺐다.
대한항공 배구단의 수장인 이유성 단장은 현장 리더십이 교체된 첫 경기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이 단장은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몸이 안 좋았다”고 해명했다. “3라운드 이후 경기력이 떨어져 감독 대신 선수들을 야단친 적이 있었는데 후회된다”고도 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이 단장의 한탄처럼 대한항공의 연전연패는 초호화 멤버를 놓고 보면 납득하기 어렵다. 이 단장은 “오죽하면 순위 싸움 중 감독 교체를 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마키아벨리의 경구처럼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깔려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