슛 실력 부족해 무리하게 드리블… 2년 고민끝 커리 스텝-슛동작 연구
최근 슛자세 안정, 타이밍도 빨라져… 지금은 지그재그 스텝 벤치마킹중
올 시즌 국내 프로농구의 화두는 ‘테크닉’이다. 가드인 조 잭슨(오리온)과 안드레 에밋(KCC)의 화려한 기술을 본 팬들이 국내 가드들에게도 수준 높은 기술을 기대하게 됐기 때문이다.
많은 팬이 SK의 가드 김선형(28)을 주목한 것도 그 때문이다. 김선형은 국내 선수 중 가장 화려한 개인기를 갖고 있다. 올 시즌 SK는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지만 김선형은 3점 슛 성공률(47.01%)과 가로채기(1.59개)에서 1위에 올라 있다. 도움에서도 2위(5.47개)로 선두인 모비스의 함지훈(5.61개)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약점이던 3점 슛이 좋아지면서 지난 시즌 11.45점이던 경기당 평균 득점도 올 시즌 13.75점으로 높아졌다.
김선형을 변하게 만든 스승은 미국프로농구(NBA) 최고의 스타인 골든스테이트의 포인트 가드 스테픈 커리다. 올 시즌 내내 김선형은 커리의 스텝을 분석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내가 반쪽 선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슛 실력이 부족하다 보니 수비가 떨어져 있어도 한 번 더 제치려다 무리한 플레이를 하게 됐다. 2년간 고민했는데 커리를 보고 수비가 붙으면 골밑으로 파고들고, 수비가 떨어지면 슛을 쏴야만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신하게 됐다. 커리에게서 안정된 슛 동작이 나올 수 있는 스텝을 배워 내 것으로 만들었다.”
슛 자세도 바꿨다. 지난 시즌까지 슛을 쏘기 전 양다리를 벌린 폭이 일정하지 않았지만 올 시즌에는 양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리며 폭을 일정하게 만들었다. 공을 놓는 위치도 오른쪽 귀에서 이마 앞으로 바꿨다. 김선형은 “슛 타이밍이 빨라졌고 공이 좌우로 빠지지 않는다”며 만족해했다.
최근에는 커리의 지그재그 스텝을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있다. 수비를 따돌리기 위해서는 드리블 방향을 더 빠르게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김선형은 “골반과 발목을 더 꺾어 방향을 트는 스텝을 가다듬고 있다. 커리의 스텝을 국내 코트에서 쓸 수 있는 기술로 변형해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형의 중앙대 시절 스승인 김상준 성균관대 감독은 “선형이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기본에서 벗어난 스텝으로 상대를 제쳐 슛을 쏘더라. 방향을 알 수 없이 코트를 휘저어 뱀이라고 별명을 지어 줬다. 스텝 때문에 실책이 나와도 절대 질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선형은 2010년 대표팀의 미국 전지훈련 때 연습 경기에서 스텝을 활용한 돌파로 13점을 넣었다. 김선형은 “당시 내 지그재그 스텝이 미국 선수들에게 통하는 걸 보고 자신감을 크게 얻었다”고 했다. 그 기억이 너무 강렬해 지난 시즌까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커리의 스텝을 통한 변신으로 김선형은 또 한 번의 비상을 꿈꾸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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