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벌어진 ‘NH농협 2015∼2016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KB손해보험과의 원정경기를 앞둔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침착했다. 파죽지세의 13연승으로 단독 선두까지 올라섰으나, 오히려 더 말을 아꼈다. 지휘관이 흔들리면 선수들도 우왕좌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연승도 연승이지만, 1위로 올라선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면서도 “감독인 내가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선수들도 편하게 할 수 있다. 감정 표현을 더 자제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경기 전부터 가벼운 몸놀림을 선보인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결국 세트스코어 3-0(25-17 25-20 25-17) 완승을 거두고 활짝 웃었다. 3경기 연속 셧아웃 승리를 따낸 현대캐피탈은 14연승으로 1위(24승8패·승점 69)를 고수했다. 2위 OK저축은행(21승11패·승점 66)과의 격차도 벌렸다. 오레올이 15득점(2블로킹), 문성민이 13득점(3블로킹)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블로킹에서도 8-3으로 KB손해보험을 압도했다.
팽팽하던 승부는 1세트 중반 이후 급격히 기울었다. 현대캐피탈은 12-10에서 문성민의 퀵오픈과 블로킹, 신영석의 속공으로 16-10으로 점수차를 벌렸고, 잇따른 상대 범실에 편승해 21-13까지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다. 25-17로 손쉽게 1세트를 따내며 기세를 올린 현대캐피탈에게 이후는 탄탄대로였다. 2세트도 25-20으로 이겼다. 3세트에도 전의를 상실한 KB손해보험을 압도하며 경기를 끝냈다. 선수들이 알아서 척척 움직이니 최 감독이 작전타임을 부를 일도 없었다.
6위 KB손해보험(9승23패·승점 25)은 2연패에 빠졌다. KB손해보험 강성형 감독은 “도전하는 입장에서 후회 없이 마음껏 뛰어보겠다”고 했지만, 올 시즌 현대캐피탈전 전패(6패)에 울었다. 단 한 명도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지 못했고, 1세트 이후 경기에서 빠진 마틴은 2득점에 그쳤다. 36.84%의 팀 공격 성공률로 현대캐피탈에 맞서는 것은 무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