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최태웅(40) 감독의 어록이 화제다. 최 감독은 TV 중계화면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작전타임에서 기술적 지적보다 정신적 조언을 주로 한다. 이를 두고 “작전이 없다”고 비난하는 팬은 없다. 침착한 어조로 선수들을 독려하지만, 촌철살인의 메시지 하나로 분위기를 확 바꾼다.
7일 한국전력전 5세트 도중 2-4로 밀리자 “그렇게 자신감이 없나. 우리는 10연승을 한 팀이다. 자부심을 가져라”며 선수들을 자극했고,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최태웅 어록’이 화제로 떠오른 9일 OK저축은행전 3세트 22-23 상황에선 “여기 있는 모두가 너희들을 응원하고 있다. 그 힘을 받아서 한 번 뒤집어보자. 이길 수 있다”고 격려했다. 결국 선수들은 거짓말처럼 역전에 성공했다.
물론 쓴소리를 아예 안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너희들이 잘하고 있는 게 아니다. 앞으로 잘할 수 있는 팀이다”라거나, “안 하는 것과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다르다. 안 되더라도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안 하는 것 같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그러나 감정에 치우쳐 목소리를 높이는 법은 없다. 중요한 경기에 앞서 명언을 들려주기도 한다. 15일 대한항공전을 앞두고는 “대부분의 사람은 마음먹은 만큼 행복해진다”는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의 명언을 언급했다. 선수들은 세트스코어 3-0 완승으로 응답했다.
좀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도 최 감독의 특징 중 하나. 결정적 득점에 박수를 보내긴 해도, 화려한 세리머니는 없다. 작전타임에 하이파이브를 건네는 정도다. 이유를 물었다. 그는 “감독인 내가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선수들도 편하게 할 수 있다. 감정표현을 더 자제해야 한다. 선수들에게도 항상 매 순간만 강조한다”고 밝혔다.
최근 2경기(15일 대한항공·17일 KB손해보험)에서 작전타임을 한 번도 부르지 않은 점 역시 흥미롭다. 어록을 기대했던 팬들 입장에선 아쉬울 만도 했다. 그러나 선수들이 알아서 척척 움직이는데, 굳이 흐름을 끊을 필요가 없다. 최 감독은 “크게 부담스러운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감독의 주문 없이 팀이 잘 돌아가면 그보다 좋은 것이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