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여자부 GS칼텍스 한송이(32·사진)는 10년 넘게 대표팀 붙박이 레프트로 활동했다. 배구에서 레프트는 공격과 수비를 함께 해야 하는 자리다. 자연스레 나이가 들수록 체력 부담이 찾아온다. GS칼텍스 이선구 감독이 지난 시즌을 앞두고 한송이에게 “센터로 포지션을 바꿔 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이유다. 당시 한송이는 눈물을 흘리며 “아직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감독도 결국 뜻을 접었다.
하지만 18일 경기를 앞두고 한송이는 기꺼이 센터로 출전했다. 주전 센터 배유나(27)가 전날 연습 도중 다쳐 6주간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한송이는 이날 블로킹 3개, 서브에이스 2개를 포함해 총 14점을 올렸다. 이로써 통산 4001점을 기록한 한송이는 현대건설 황연주(30)에 이어 프로배구 역사상 두 번째로 통산 4000점을 넘긴 선수가 됐다.
스타플레이어가 희생하자 동료들도 한데 뭉쳤다. GS칼텍스는 이날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NH농협 V리그 여자부 경기에서 현대건설에 3-0(25-17, 25-23, 25-21)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GS칼텍스는 승점 39점을 확보해 4위로 올라서며 ‘봄 배구’ 희망을 이어갔다. 3위 흥국생명(41점)과는 이제 2점 차밖에 나지 않는다.
경기 후 한송이는 “경기 전 선수들끼리 오늘 지면 (배)유나가 너무 미안해할 테니 모두 한두 점씩 더 보탠다는 생각으로 뛰자고 얘기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5000점을 채우려면 5년은 더 뛰어야 할 텐데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이어 열린 남자부 경기에서는 한국전력이 우리카드를 3-0(25-18, 25-15, 25-17)으로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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