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고졸 루키 최충연 당찬 포부
“투구폼 고쳐가며 엄청 혼나지만 전지훈련 오키나와는 기회의 땅
1차지명 투수 이름값 해낼 것”
구릿빛 피부로 변한 삼성의 신인 투수 최충연. 막내로 처음 참가한 스프링캠프지만 최충연은 자체 청백전에서 시속 147km의 공을 뿌리며 ‘시즌 10승’의 꿈을 키우고 있다. 오키나와=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프로야구 삼성의 1차 지명 신인 투수 최충연(19)은 고교생이었던 지난해 화제의 선수가 된 적이 있었다. 한 시상식장에서 최고 고교 투수상을 받은 뒤 ‘존경하는 선배’를 묻는 질문에 “안지만 선배님과 윤성환 선배님”이라는 순수한(?) 답변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두 선수는 한창 원정 도박 파문의 중심에 있었다.
지난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지에서 만난 그는 1년 전 어리바리한 표정으로 수상 소감을 말하던 그 소년이 아니었다. 얼굴과 팔이 새카맣게 탄 그는 제법 프로 선수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매일 오전 단체훈련과 오후 웨이트훈련을 마치면 그는 성준, 김태한 코치와 함께 하체 중심이동과 공 회전을 가다듬는다.
혼이 많이 나냐고 묻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는 “네!”라고 답했다. “엄청 혼나죠. 아직도 폼을 더 고쳐야 하는 상황이에요. 계속 반복하면서 틀린 부분을 코치님들이 잡아주세요.”
칭찬은 안 들어봤을까. “한 두세 번 들었어요. 괌(1차 캠프지)에선 하체 중심이동이 하나도 안 되다가 여기(오키나와) 오니 이제 그림이 좀 나온다고요.” 세상을 다 얻은 듯 행복한 표정으로 그가 말을 이어갔다. “왼쪽 축발이 옆으로 넘어졌었는데 이제 안으로 딱 잡히고 뒷발도 잘 밀어주는 것 같아요.” 그가 말을 끝내자마자 “최충연∼ 거짓말하지 말어라∼”란 구수한 소리가 들렸다. 벽 너머로 최충연의 말을 들은 한 코치의 장난이었다. 최충연은 “진짭니다!”라고 힘차게 소리를 질렀다.
1차 지명, 스프링캠프라는 어려운 관문을 연달아 통과한 그는 프로 데뷔 무대의 목표로 ‘10승’을 잡았다. 많은 선배에게 프로 무대에 대해 물어봤다는 그는 “하나같이 다 (아마추어와는) 다르다고 한다. 엄청 털릴 거라더라”라며 울상을 지었다. 누가 자라나는 새싹에게 그런 냉혹한 현실을 알려줬느냐고 물으니 “전부 다”라며 웃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고교 시절 경북고 선배로 그가 존경했던 박세웅(롯데)도 프로 데뷔 첫해 2승에 그쳤으니. 한번 제대로 털려 보면 어떨 것 같으냐고 물으니 그는 “그래도 10승은 해야 한다”라고 당차게 답했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김태한 코치는 누구보다 최충연을 많이 혼냈다. 하지만 최충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 말 역시 김 코치가 해준 말이란다. “어느 날 갑자기 방으로 부르시더라고요. 그러더니 커튼을 치시면서 ‘뭐 보이노?’ 이러시는 거예요. ‘커튼요’라고 했더니 다시 커튼을 딱 걷고 다시 ‘뭐 보이노?’ 하셨는데 바다가 보이더라고요.” 김 코치는 최충연에게 눈앞의 나무가 아닌 숲을 보라고 조언했다.
그에게 얼마 남지 않은 스프링캠프에서의 각오를 물었다. “여기까지 뽑혀 왔으면 잘해야 되잖아요. ‘아 부담돼’ 이렇게 생각하기보다는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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