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의 세인트루이스가 19일 애리조나, 샌프란시스코, 필라델피아 등과 함께 가장 먼저 투수와 포수 스프링트레이닝에 돌입했다. 오승환은 이날부터 공식으로 플로리다 주피터에서 세인트루이스의 홍관조 유니폼을 입고 동료들과 훈련을 시작했다. 이미 애리조나 글렌데일 카멜백랜치에 있는 LA 다저스 류현진은 21일 투포수 합동훈련에 들어간다.
세인트루이스와 LA 다저스는 내셔널리그의 명문구단이며 천적관계다. 2013년, 2014년 2년 연속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진출행을 좌절시킨 팀이 세인트루이스다. 현역 최고 투수이며 다저스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는 정규시즌에서 세인트루이스에 압도적인 투구를 보이면서도 포스트시즌에서는 난타를 당했다. 2013년 리그 챔피언결정전, 2014년 디비전시리즈를 마감한 경기의 패전투수였다.
현재 부상 재활 중인 류현진과 한국 일본 프로야구를 거친 오승환의 보직은 다르다. 선발은 최소 5이닝에서 완투까지 책임진다. 구원은 1이닝을 불꽃처럼 던지면 된다. 경기에 대비한 훈련, 불펜에서 몸 푸는 투구 수, 구종 선택 등이 다를 수밖에 없다. 선발은 다양한 레퍼토리를 갖고 있어야 한다. 보통 1회부터 3회, 3회 이후 투구패턴을 바꾼다. 1이닝을 던지는 구원 투수는 그럴 필요가 없다. 직구와 다른 주무기를 타자에게 윽박지르며 선택하도록 강요하면 된다.
최근 2016시즌에 대비한 스프링트레이닝에 앞서 두 투수에게 거론된 구종이 체인지업이다. 사실 오승환에게 그동안 던지지 않았던 체인지업을 이제 터득한다는 것은 무리다. 타자는 구원투수에게 한 방을 노린다. 한 방을 노리는 상황에서 실투는 실점으로 직결된다. 돌직구와 슬라이더를 완벽하게 가다듬어 코너워크 피칭을 하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 문제는 류현진이다. 현재로서는 어깨 부상을 확실하게 털고 일어난 징표를 볼 수 없다. 구속이 어느 정도 나타날지가 최대 관심사다.
야구팬들은 보통 구속이 빨라야 체인지업도 큰 효과를 본다고 믿는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꼭 빠른 볼이 체인지업의 효과를 절대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한 때 체인지업의 대가로 통했던 샌디에이고 마무리 트래버 호프먼, 2010년 49세까지 현역 생활을 유지하며 통산 269승을 작성한 제이미 모이어는 선수 후반기에 직구 구속이 140km를 상회하지 못했다. 호프먼은 평균 138km(86마일), 모이어는 2007년 이후 평균 직구 구속이 131km(82마일)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들은 특유의 체인지업으로 타자들을 농락했다. 모이어가 등판한 날 인터넷의 헤드라인은 ‘slow, slower’였다. 느리게 더 느리게다.
현재 류현진의 재기 가능성은 반반이다. 그러나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재기할 수 있는 열쇠는 결국 체인지업이다. 이미 그는 경기경험에서는 검증이 돼 있는 투수다. 체인지업에 관한 한 메이저리그에서도 톱클래스다. 2014년보다 구속이 떨어져도 직구와 체인지업을 slow, slower로 구사할 수 있다면 생존은 충분하다. 그러나 오승환에게 체인지업은 낯선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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