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래식(1부리그) 수원삼성의 올 겨울이적시장은 우울하다. 모기업이 바뀐 뒤 몸집 줄이기가 4년째 이어지면서 전력보강이 수월치 않았다. 주축 여럿이 다른 팀으로 이적한 반면, 이들을 대체할 만한 보강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나마 몇몇 베테랑들과 재계약했다는 소식이 가슴 아픈 팬들과 허탈한 구단 식구들에게 위안을 줄 정도다.
그러나 전혀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처럼 지금이 더욱 밝은 내일을 기약하는 시간이 되길 바라는 수원이다. 김종우(23)와 이종성(24) 등 잘 성장하고 친정으로 되돌아온 이들도 힘을 보탠다. 둘은 지난 시즌까지 각각 챌린지(2부리그) 수원FC와 대구FC에서 임대선수로 맹활약했다. 공교롭게도 클래식 승격을 놓고 두 팀이 플레이오프(PO)에서 자웅을 겨뤘고, 수원FC가 웃었다. 이종성은 가장 중요한 이 경기에 경고누적으로 결장해 김종우의 폭발적인 활약을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봐야 했다.
이제는 같은 팀, 수원의 푸른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매탄고 출신의 프랜차이즈 선수들인 만큼 의지도 강하다. “수원 엠블럼의 무게와 가치를 잘 알고 있다. 여기에 걸맞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을 다하겠다.”
-프랜차이즈의 귀환이다.
김종우(이하 김)=처음 입단했을 때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챌린지 임대를 다녀왔다. 다행히 선택이 주효했다. 수원FC에서 많이 뛰었고(34경기), 나름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그간 익힌 것들을 펼치고 싶다.
이종성(이하 이)=어느덧 프로 6년차인데, 초반 4시즌 동안 5경기밖에 못 뛰었다. 경기가 너무 뛰고 싶어 임대 요청을 했다. 이제 다시 출발선인데, 제대로 도전하겠다. -복귀한 뒤 어떤 생각이 드나.
김=물론 뛰는 무대의 수준이 다르다. 패스와 볼 컨트롤 등 기본적인 부분부터 차이가 있다.
이=챌린지도 사실 만만치 않은 무대였다. 다만 베테랑들이 결정적인 차이다. 그런 좋은 선배들이 (복귀한 나를) 따뜻하게 맞아줬다. -어떤 부분이 부족했고, 어떻게 채웠는지.
김=적극성, 수비가담, 활동량 등 전부 부족했다. 솔직히 수원FC 임대 초기에도 많이 뛰지 못했다. 내가 변해야 했다. 마음을 고쳐먹자 실력도 조금씩 늘었다. 몸싸움을 싫어하던 내가 어느새 저돌적으로 부딪히는 플레이를 종종 펼치게 됐다.
이=경기운영능력이 부족하다고 자주 지적받았다. 많이 출전하면서 이를 채우고 돌아오라는 숙제를 받았는데, 대구에서의 초반은 역시 어려웠다. 다행히 10경기를 기점으로 차차 여유가 생겼고, 운영능력도 보완됐다.
-실력이 업그레이드됐다고 보나.
김=정말 독기를 품고 했다. 볼을 예쁘게 차겠다는 생각 없이 제대로 들이받자는 생각을 하면서부터 변화가 생겼다.
이=입단(데뷔) 후 처음으로 30경기 이상 소화했다. 자신감을 끌어올렸다는 게 가장 고무적이었다. 두려워하지 않고 부딪히면 된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
-그래도 복귀할 때는 마음이 복잡했을 것 같다.
김=맞다. 소속감이 생겼던 건 사실이다. 지난해 임대 초반에는 내 팀이 아니라 그냥 내 경기력만 끌어올리자는 마음이었는데, 후반기에 접어들며 뭔가 사고를 치고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막상 복귀할 때는 아무래도 출전 기회가 좀더 많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하긴 했는데, 어릴 적부터 느낀 애착이 있다.
이=(김)종우가 너무 잘해서 좀 얄밉긴 했다(웃음). (수원FC-대구FC의 PO 때) 벤치에도 앉을 수 없어 그냥 관중석에서 내내 일어서서 대구의 마지막 경기를 지켜봤는데, 너무 가슴 아팠다. 물론 대구에서 더 하면 어떻겠냐는 생각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이다. 그래도 다시 도전하고 싶었다. 새로운 시작은 긍정적인 자극을 주니까.
-클래식이다. 자신 있나.
김=수원FC에서 4골·10도움을 올렸다. 어시스트를 많이 하면서 뭔가를 깨우쳤다. 문전에서 볼 배급, 상대 지역에서 좀더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최대한 보이겠다. 20경기 이상 뛰며 영 플레이어상도 받고 싶고, 클래식 베스트11에도 감히 도전하고 싶다.
이=수비형 미드필더가 주 역할인데, 그래도 디펜스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우리 팀의 빠른 템포에 어떻게 맞출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 31경기를 뛰었는데, 최대한 많은 경기를 뛰는 게 현실적인 목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