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걸린 정규리그 우승… KCC, 새 역사 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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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감독 추승균, 구단 최다 12연승 이끌며 정상 올라

우승 헹가래 ‘소리 없이 강한 남자’ 추승균 KCC 감독(위)도 이 순간만큼은 소리를 질렀다. 21일 안양체육관에서 안방 팀 KGC를 꺾고 전신인 현대 시절 이후 16시즌 만에 정규리그 정상에 오른 KCC 선수들이 추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한국농구연맹(KBL) 제공
우승 헹가래 ‘소리 없이 강한 남자’ 추승균 KCC 감독(위)도 이 순간만큼은 소리를 질렀다. 21일 안양체육관에서 안방 팀 KGC를 꺾고 전신인 현대 시절 이후 16시즌 만에 정규리그 정상에 오른 KCC 선수들이 추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한국농구연맹(KBL) 제공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목표였는데 시즌 중반 여러 차례 우여곡절을 이겨내면서 얻은 자신감으로 우승까지 하게 됐습니다. 이번 우승으로 이기는 DNA가 팀에 한껏 축적됐으면 좋겠습니다.”

21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KGC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86-71로 이기며 2015∼2016 프로농구 정규리그 정상에 오른 KCC의 추승균 감독은 우승의 가장 큰 힘으로 선수들의 자신감을 꼽았다. 경기가 끝난 뒤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 눈물을 보이기도 한 추 감독은 “초보 감독으로 처음에는 어리둥절했고 겁도 났지만 선수들에게 하나씩은 희생하자고 다가갔던 것이 잘 전해져서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구단 최다 연승 신기록인 12연승으로 시즌을 마무리한 추 감독은 KCC가 1999∼2000시즌 현대 이름으로 정규리그에서 마지막 우승을 차지한 이후 16시즌 만에 팀에 정규리그 우승컵을 안겼다.

현역 시절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야무진 플레이로 ‘소리 없이 강한 남자’로 불렸던 추 감독은 팀의 영광의 순간에 늘 같이했다. 현대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1997년 추 감독은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조니 맥도웰, 컴퓨터 가드 이상민과 팀 최다 연승 신기록(11연승)을 세웠다. 1997∼1998 정규리그 우승을 맛본 그는 재키 존스, 로렌조 홀과 1999∼2000시즌까지 현대의 정규리그 3연패를 일궜다. 현대 시절 2차례를 포함해 KCC의 5차례 플레이오프 우승에도 늘 그가 중심에 있었다.

1년 전 허재 전 감독이 전격 사퇴한 뒤 감독 대행을 맡게 됐을 때 그는 “갑작스럽고 당황스럽다. 준비된 게 없다”며 몸을 낮췄다. 하지만 그가 감독 첫 시즌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었던 것은 준비가 돼 있었기 때문이다. 20년간 KCC(현대 포함)에서 선수, 코치, 감독을 지낸 그는 경기 중 선수들의 얼굴만 봐도 얼마나 지쳤는지 안다. 선수를 교체해야 할 때를 놓치지 않게 한 힘이다. 추 감독은 “3년 동안 하위권에 있던 선수들이라 심리적으로 많이 흔들렸고 패배 의식도 컸다. 그래서 아무리 쉬운 상대와의 연습 경기라도 무조건 이기려고 했는데 그런 면이 선수들의 자존심을 되찾아줬다”고 말했다.

추 감독은 특히 코트 밖에서 선수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애썼다. 전태풍은 “선수 시절보다 압박의 강도가 훨씬 세졌다”면서도 “선수 한 명 한 명 따로 불러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그런 점이 참 좋다”고 말했다. 추 감독의 이런 소통은 개인 성향이 강했던 전태풍을 코트 안에서 솔선수범하는 선수로 바꿔놓았다.

추 감독은 우승 과정에서 감독의 몫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내 입으로 말 못한다. 잘 따라준 선수들 때문”이라며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소리 없이 강한’ 그의 리더십이 가장 화려하게 빛난 날이었다.

안양=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kcc#정규리그#추승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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