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목표였는데 시즌 중반 여러 차례 우여곡절을 이겨내면서 얻은 자신감으로 우승까지 하게 됐습니다. 이번 우승으로 이기는 DNA가 팀에 한껏 축적됐으면 좋겠습니다.”
21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KGC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86-71로 이기며 2015∼2016 프로농구 정규리그 정상에 오른 KCC의 추승균 감독은 우승의 가장 큰 힘으로 선수들의 자신감을 꼽았다. 경기가 끝난 뒤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 눈물을 보이기도 한 추 감독은 “초보 감독으로 처음에는 어리둥절했고 겁도 났지만 선수들에게 하나씩은 희생하자고 다가갔던 것이 잘 전해져서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구단 최다 연승 신기록인 12연승으로 시즌을 마무리한 추 감독은 KCC가 1999∼2000시즌 현대 이름으로 정규리그에서 마지막 우승을 차지한 이후 16시즌 만에 팀에 정규리그 우승컵을 안겼다.
현역 시절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야무진 플레이로 ‘소리 없이 강한 남자’로 불렸던 추 감독은 팀의 영광의 순간에 늘 같이했다. 현대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1997년 추 감독은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조니 맥도웰, 컴퓨터 가드 이상민과 팀 최다 연승 신기록(11연승)을 세웠다. 1997∼1998 정규리그 우승을 맛본 그는 재키 존스, 로렌조 홀과 1999∼2000시즌까지 현대의 정규리그 3연패를 일궜다. 현대 시절 2차례를 포함해 KCC의 5차례 플레이오프 우승에도 늘 그가 중심에 있었다.
1년 전 허재 전 감독이 전격 사퇴한 뒤 감독 대행을 맡게 됐을 때 그는 “갑작스럽고 당황스럽다. 준비된 게 없다”며 몸을 낮췄다. 하지만 그가 감독 첫 시즌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었던 것은 준비가 돼 있었기 때문이다. 20년간 KCC(현대 포함)에서 선수, 코치, 감독을 지낸 그는 경기 중 선수들의 얼굴만 봐도 얼마나 지쳤는지 안다. 선수를 교체해야 할 때를 놓치지 않게 한 힘이다. 추 감독은 “3년 동안 하위권에 있던 선수들이라 심리적으로 많이 흔들렸고 패배 의식도 컸다. 그래서 아무리 쉬운 상대와의 연습 경기라도 무조건 이기려고 했는데 그런 면이 선수들의 자존심을 되찾아줬다”고 말했다.
추 감독은 특히 코트 밖에서 선수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애썼다. 전태풍은 “선수 시절보다 압박의 강도가 훨씬 세졌다”면서도 “선수 한 명 한 명 따로 불러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그런 점이 참 좋다”고 말했다. 추 감독의 이런 소통은 개인 성향이 강했던 전태풍을 코트 안에서 솔선수범하는 선수로 바꿔놓았다.
추 감독은 우승 과정에서 감독의 몫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내 입으로 말 못한다. 잘 따라준 선수들 때문”이라며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소리 없이 강한’ 그의 리더십이 가장 화려하게 빛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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