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포항의 ‘원더보이’ 문창진(23)에게 2016년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해다. 어린 시절부터 출전을 꿈꿔온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열리기 때문이다. 포항의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그는 “올림픽 최종엔트리에 포함되기 위한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올림픽대표팀은 지난달 카타르에서 열린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최종예선 엔트리는 23명인 데 비해 본선은 엔트리가 18명이다. 여기에 와일드카드 3명까지 영입되면 최종예선에 출전한 선수 중 많아야 15명만 브라질행 비행기를 탈 수 있다. 최종예선에서 4골을 터뜨린 문창진도 본선행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2013년 20세 이하 월드컵을 앞두고 허리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한 경험이 있는 문창진은 “당시엔 또 다른 기회가 올 것이라며 마음을 다스렸지만 이번엔 다르다. 인생에 한번 뿐일지도 모르는 올림픽 출전의 기회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말했다.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일찌감치 엔트리 경쟁을 예고했다. 문창진은 “최종예선을 마친 뒤 신 감독님께서 ‘모두 내 자식같이 소중하지만 몇 명은 브라질에 함께 갈 수 없다. 소속 팀에서 경기를 뛰지 못하면 뽑지 않을 테니 경쟁을 이겨내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종예선 내내 동고동락한 선수들이지만 살가운 작별인사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문창진은 “차마 ‘다시 만나자’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누군가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했을 때의 아픔을 알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그때부터 서로 경쟁심을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창진은 세 명의 사령탑을 위해 반드시 올림픽 무대에 서고 싶다고 했다. 백혈병 투병 중인 이광종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문창진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문창진은 “이 감독님을 만나기 전에 나는 소심한 선수였다. 그러나 이 감독님께서 ‘너는 자신감만 있으면 최고다’며 수없이 칭찬 해주신 덕분에 과감한 선수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페널티킥에서 ‘강심장’의 상징인 ‘파넨카킥(상대 골키퍼의 타이밍을 뺏는 킥)’을 시도하는 대담한 선수가 됐다. 문창진은 “최종예선이 끝난 뒤 팀으로 서둘러 복귀하는 바람에 병문안을 가지 못했다. 본선 전에는 반드시 찾아뵐 예정이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지난해 K리그 경기에서 부상해 5개월간 재활에 매달린 문창진을 최종예선 명단에 포함시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줬다. 문창진은 “올림픽 대표팀의 ‘활력소’는 신 감독님이다. 감독님은 선수들의 귀를 깨무는 등 선수들에게 다가서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신다”고 말했다. 그런 신 감독도 경기를 앞두고는 급격히 말수가 줄었다고 한다. 문창진은 “‘수다쟁이’인 감독님께서 긴장하시는 것을 보고 선수들끼리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부임한 최진철 포항 감독은 문창진에게 올림픽 최종엔트리 발탁의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다. 문창진은 “최종엔트리에 포함되기 위해선 소속 팀에서 출전기회를 많이 잡아 경기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아직 최 감독님께 칭찬을 들어본 적이 없다. 팀에서 제몫을 다해 감독님께 인정을 받겠다”고 말했다. 포항은 24일 중국 프로축구의 강호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경기를 치른다. 문창진은 “팀이 위기에 빠졌을 때 ‘해결사’역할을 해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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