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에이전트제 강력 추진 밝히자 예비 에이전트 50여명 벌써 분주
업계는 “시장 작아 생존도 힘들어”, 구단은 “선수 몸값 올라간다” 불만
정부 부작용 줄일 방안은 마련했나
“심지어 선수 부인에게 고급 차를 선물했다는 얘기도 있어요.”
프로야구 스토브리그는 끝났지만, 또 다른 영입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정부가 스포츠 산업 육성과 관련해 프로야구 에이전트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예비 에이전트들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벌써 에이전트라며 명함을 돌리는 사람이 50명도 넘는다. 큰 연예기획사 소속도 있고, 1인 기업을 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라고 밝혔다.
고액 연봉 선수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볼썽사나운 모습까지 나오고 있다. 한 야구인은 “에이전트들이 웬만한 스타 선수들은 거의 한 번씩 접촉했다고 보면 된다”며 “특급 선수를 확보하기 위해 에이전트가 선수 부인에게 고급 차량을 선물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만큼 프로야구 에이전트 산업은 장밋빛으로 비치고 있다. “모두 ‘한국판 스콧 보라스’를 꿈꾸고 있는 것 같다”는 게 한 야구인의 설명이다. 보라스는 류현진과 추신수 등의 계약을 통해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2014년 말부터 2015년 초까지 2조7000여억 원의 계약을 성사시킨 ‘슈퍼 에이전트’다. 계약 금액의 5%를 수수료로 받았더라도 이 기간 보라스의 수입은 1350억 원이나 된다.
하지만 국내 업계에서는 한국판 스콧 보라스 출현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메이저리그 에이전트 출신의 한 관계자는 “지금 수준에서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되면 대박은커녕 생존도 쉽지 않을 것이다. 잘해야 3, 4개 업체 정도만 살아남을 걸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유는 시장 규모다. 2015년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평균 연봉이 425만 달러(약 50억 원)였던 것에 반해 올 시즌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1억2656만 원에 불과하다. 선수 몸값 총액이 682억 원 정도인 국내 프로야구에서 전체 선수 중 58%는 5000만 원 이하의 저액 연봉 선수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의지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2700만 원인 프로야구 선수 최저 연봉이 1억 원은 돼야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구단과 관련 단체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모 구단 관계자는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되면 수수료 등 추가 비용 때문에 인건비(선수 몸값)가 10% 이상 오를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저액 연봉 선수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도 “에이전트는 돈벌이를 위해 국내 선수의 해외 진출에 치중할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방침은 확고하다. 스포츠 산업의 고속 성장에도 마케팅이나 홍보 등 연관 산업의 발전이 지체된 것은 에이전트 제도가 없기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판은 커졌지만, 몇몇 선수들만 돈을 벌었다”며 시장의 불균형 성장을 개선하고, 추가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에이전트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프로야구 에이전트 제도는 2001년 도입하기로 했지만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 빈부격차 확산, 왜소한 시장 규모 등 도입 반대 논리와 근거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업계의 인식 전환과 부작용 해소 방안 마련을 위해 충분히 뜸을 들여야만 한국판 스콧 보라스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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