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세 투수 송신영은 지난해 2차 드래프트로 넥센에서 한화로 다시 이적했다. 노장 투수지만 자신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 팀에 대해 송신영은 “4년 전 한화 팬들에게 진 빚을 갚고 싶다”고 다짐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 4년만에 한화로 돌아온 저니맨
돌고돌아 다시 한화행…의욕이 불타더라 말조심 위해 언론 피했더니 은퇴설? 오해 한화의 우승 위해 마지막 불꽃을 태울 것
“2012년 한화에서 못했던 것을 만회하고 싶다.”
한화 송신영(39)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재활조에 속해 있다. 훈련 과정에서 오른쪽 옆구리 근육에 손상이 생겼다. 그는 “큰 부상은 아니다. 근육에 미세한 스크래치가 났다. 부상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조심하고 있을 뿐이다”고 설명하면서 “김성근 감독님이 나한테는 ‘베테랑이니 알아서 천천히 몸을 만들라’고 하셨는데, 팀을 옮기면서 빨리 몸을 만들어 보여주고 싶어 너무 욕심을 부렸던 것 같다. 이제 몸이 많이 회복됐다. 힘을 좀 실어서 공을 던지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우리나이 마흔 살의 대표적 저니맨. 회전목마처럼 돌고 돌아 4년 만에 다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송신영은 “한화가 우승할 수 있도록 마지막 불꽃을 태워 힘을 보태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 돌고 돌아 4년 만에 다시 한화로
그의 야구인생은 기구하다. 1999년 고려대를 졸업하면서 현대에 2차지명(11라운드)을 받았지만, 입단하자마자 신고선수(현 육성선수)로 전환되는 비애를 맛봤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투수왕국’ 현대 마운드의 촘촘한 틈을 비집고 들어가 2003년과 2004년 우승의 주역이 됐다.
이후 탄탄대로를 달리는가했으나, 2008년 현대가 히어로즈로 바뀌는 소용돌이를 경험하면서 짧은 시간에 참 많이도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2008년 ‘우리’ 히어로즈에서 2009년엔 ‘우리’를 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고, 2010년엔 ‘넥센’이 달린 히어로즈 유니폼으로 바꿔입었다. 2011년 7월엔 LG로 트레이드되더니, 그해 말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고는 2012년엔 한화로 이적했다. 그런데 그해 말엔 신생팀 NC 특별지명을 받아 마산으로 내려가더니, 2013년 4월에 트레이드를 통해 다시 친정팀 넥센으로 넘어갔다. 이대로 넥센에서 선수생활을 마치는가했으나, 지난해 말 2차드래프트에서 한화에 지명을 받고 4년 만에 다시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됐다.
● 은퇴설? 말조심하느라 인터뷰 피했을 뿐
한화 이적이 결정됐을 때 그는 언론을 피했다. 그러자 잠적설이 돌기도 했다. 아무리 보따리를 싸는 데 이골이 난 ‘저니맨’이라고 해도 선수생활을 마무리할 나이에 또 팀을 옮기게 됐으니 그런 소문은 더욱 그럴싸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송신영은 “그동안 팀을 많이 옮겨 다니다보니 말조심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소감과 각오를 밝히는데 이렇게 말하면 과거 팀 팬들이 섭섭해 하고, 저렇게 말하면 새로운 팀 팬들이 서운해 하더라. 그래서 작년 말 한화로 이적할 때 일부러 인터뷰를 피했다. 그랬더니 잠적설이 터져나오더라”고 해명하면서 웃었다.
그는 자신을 두고 “정식으로 지명받고도 신고선수로 전환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정신력 하나로 버텨온 야구인생”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내가 어떻게 선수생활을 이어왔는데, 팀 옮긴다고 그대로 은퇴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하더니 “그동안 많은 팀을 옮겨 다녀 솔직히 힘들기도 했지만, 방출을 당한 게 아니라 모두 팀이 나를 필요로 해서 이적한 것이었다. 한화도 내가 필요해서 선택했기 때문에 나로선 고마운 일이다”고 해석했다. ● 야구인생의 회전목마, 한화 팬들에게 진 빚 만회
넥센에 있었더라면 ‘올 시즌만 잘 마무리하고 은퇴를 하겠다’는 생각만 했을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한화 이적은 그에게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는 의욕을 심어줬다.
“한화에 오고 나서 인사를 하러 갔는데, 김성근 감독님이 나를 보시자마자 ‘마흔 살까지 야구하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며 인정해주셨다. ‘SK 때부터 같이 야구해 보고 싶었다. 우승 한번 같이 해보자’고 말씀하시더라. 지금 이 나이까지 뛰는 것 자체가 행복한데, 그 한마디에 의욕이 더 생기더라. 욕심을 좀 내서 한화가 우승하는 데 힘이 되고 싶다.”
그가 더욱 의욕을 불태우는 것은 한화 팬들에게 진 빚을 갚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2012년 한화에서 1년간 뛸 때 유독 부진했다. 24경기에 등판해 1승3패, 2홀드, 방어율 4.94를 기록했다. 송신영은 “2012년 말에 갑자기 NC로 이적할 때만 해도 내 야구인생에서 한화는 스쳐지나가는 팀으로 끝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돌아온 걸 보면 어쩌면 운명과도 같은 팀이다”며 웃더니 “4년 전 한화 팬들에게 진 빚을 갚을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2012년 1년간 못했던 것까지 만회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