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막바지 일정이 그렇다. 예정대로라면 축구대표팀 ‘슈틸리케호’는 다음달 24일 레바논과 격돌한 뒤 29일 쿠웨이트를 만나야 한다. 조 추첨에서 1번 시드를 배정받은 덕에 마지막 2경기가 모두 홈에서 펼쳐지게 된다. 일찌감치 대진 장소 섭외에 나선 대한축구협회는 레바논전을 안산, 쿠웨이트전을 대구에서 소화하기로 했다.
그런데 쿠웨이트전이 열린다고 단언할 수 없다. 쿠웨이트가 체육계에 대한 정부의 간섭으로 인해 국제축구연맹(FIFA) 및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징계를 받은 탓이다. 파장은 상당했다. 지난해 11월 열릴 예정이던 쿠웨이트-미얀마전에 대해 FIFA는 쿠웨이트의 0-3 몰수 패 결정을 내렸다. 뒤이어 예정된 경기가 한국-쿠웨이트전이다. 현재 FIFA는 대한축구협회에 3월 10일까지 경기 개최 여부를 알려주기로 한 상황.
일단 한국은 쿠웨이트전이 성사되길 희망한다.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조 추첨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FIFA 랭킹을 높일 수 있는 포인트가 걸려있다. 축구협회는 쿠웨이트전 취소를 대비해 오세아니아 뉴질랜드와의 평가전도 고려했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우리보다 랭킹이 낮은 팀을 초청해 승리해도 좋은 포인트를 받을 수 없다. 2월 기준 한국은 53위, 뉴질랜드는 150위다. 그렇다고 더 높은 랭킹의 상대를 당장 찾을 수 없을 뿐 아니라, 평가전 확정 계약을 하는 것도 현 시점에선 불가능하다. 초청하기로 한 뒤 취소하는 건 엄청난 국제 결례다.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조 추첨은 4월 중순 열릴 예정이고 FIFA는 4월 초 랭킹을 기준으로 시드를 배정한다. 혹여 쿠웨이트전 몰수 승이 이뤄져도 이 결과는 아무리 빨라도 5월 이후에나 합산될 수 있다. 전례도 있다. 몰수된 쿠웨이트-미얀마전 최종 결론은 올해 1월에 나왔다. FIFA 징계위원회 결정까지 경기일부터 2개월의 시간이 소요된 셈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쿠웨이트전을 진행하는 게 최선의 시나리오다. 1번 시드를 받지 못하면 최종예선 일정이 꼬일 수 있다. 어설픈 평가전은 차라리 안 하느니 못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