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전 160기 우승신화의 주인공 윤채영(29·한화)이 새로운 무기를 들고 2016시즌을 시작한다. 연일 뜨거운 태양이 내리 쬐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테미큘라의 란초 캘리포니아 골프클럽은 선글라스를 끼지 않으면 눈이 부실 정도로 햇살이 따가웠다. 작년까지 한화골프단 동료들과 전지훈련을 왔던 윤채영은 올해 프로를 준비하는 여동생과 단 둘이 훈련 중이다. 올해는 KLPGA투어 시즌 개막이 조금 빨라지면서 훈련 기간도 작년보다 2주 줄여 6주 동안 진행한다.
2014년 프로 데뷔 9년 만에 삼다수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윤채영은 작년 기대가 컸다. 그러나 10주 이상 계속되는 투어 일정을 강행하다보니 생각보다 일찍 체력이 떨어졌다. 게다가 거리를 늘리는데 집중하다보니 샷의 정확성이 떨어져 고비마다 흔들렸다. 그 때문에 우승 기회를 날리기도 했다.
“작년엔 체력 훈련도 많이 했고 전지훈련 때 거리를 늘리는데도 성공했다. 한껏 기대를 안고 시즌에 돌입했지만 시즌이 계속되면서 엇박자가 났다. 너무 아쉬웠다.”
올해 KLPGA투어는 지난해보다 4개 대회가 늘어 33개 대회가 열린다. 그만큼 강행군도 길어졌다. 4월 열리는 롯데마트여자오픈을 시작으로 18주 연속 투어가 진행된다.
“대회에 많이 출전한다고 해서 결코 득이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지난해의 시행착오를 교훈 삼아 올해는 체력 안배를 잘해야 할 것 같다. 또 거리에 욕심을 내다보니 체력이 떨어졌을 때 스윙이 쉽게 무너지는 실수가 나왔다. 중요한 순간, 거리가 아닌 정확성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오전 스윙연습을 끝낸 윤채영이 점심식사를 마친 뒤 1번홀 티잉 그라운드에 섰다. 훈련 기간 동안 매일 한번은 이렇게 라운드를 하며 연습했던 부분들을 실전에서 체크하고 보완하면서 완성해간다.
‘깡∼’하는 소리와 함께 힘 있게 돌아가는 윤채영의 스윙을 옆에서 지켜보는 김상균 한화골프단 감독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굿샷’이라고 소리쳤다. 쭉 뻗어나가는 공은 정확하게 페어웨이 가운데 떨어졌다. 김 감독은 “작년에 거리를 더 내려고 했던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 세게 치려고 하다보니 공이 페이스 중앙에 맞지 않는 현상이 나왔고, 그로인해 같은 클럽으로 쳐도 거리가 일정하게 나가지 않을 때가 많았다. 이번 훈련기간 동안에는 거리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공을 페이스 중앙에 맞히는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매우 만족할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훈련성과를 평가했다.
1월 중순부터 시작된 전지훈련은 어느덧 한달을 넘겨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얼마나 연습을 했는지 손바닥은 거칠었고 몇 개의 손가락 마디에는 굳은살까지 생겼다. 하지만 윤채영은 별것 아니라는 듯 웃었다. 손이 거칠어진 만큼 성장한 자신이 대견스러운 듯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3월1일 귀국예정인 윤채영은 중국에서 열리는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부터 2016 시즌을 시작할 예정이다. 윤채영은 “당장 대회에 나가도 될 만큼 컨디션이 좋다. 끝까지 집중하면서 완벽하게 준비해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