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세계 축구 대통령’으로 엄청난 부와 명예를 누려왔다. 국제사회에서도 국가 원수급에 준하는 대우를 받았다.
FIFA 회장의 권력은 ‘축구의 힘’에서 나온다. 월드컵이 열릴 때면 지구촌이 들썩인다. 축구는 종합 스포츠 제전인 올림픽보다 더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유일한 종목이다. 1904년 설립된 FIFA는 209개국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유엔(193개국)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205개국)보다 많다. 총회에서 표결하는 남자 성인 월드컵 개최국 결정을 제외한 FIFA 주관대회의 개최지와 각종 분과위원회가 심의한 사안을 결정하는 FIFA 집행위원회의 수장이 FIFA 회장이다. 집행위원회는 회장 1명, 수석 부회장 1명, 부회장 7명, 집행위원 16명 등 총 25명으로 구성된다. FIFA의 재정보고서에 따르면 브라질 월드컵이 열린 2014년 FIFA의 수익은 20억9600만 달러(약 2조 5950억 원)에 달한다. 월드컵 등 중계권 판매와 스폰서 후원으로 큰 돈을 벌지만 FIFA는 비영리단체로 등록돼 세금을 내지 않고 외부 감사도 받지 않는다. 회장이 받는 월급과 보너스, 각종 경비도 공개하지 않았다. 제프 블라터 전 회장은 2006년 스위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연봉이 100만 달러(약 12억 원)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4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임기는 4년이지만 연임 제한이 없어 3대 쥘 리메 회장은 33년, 8대 블라터 회장은 17년 동안 집권했다.
회장 선거가 열린 26일 FIFA 집행위원회는 개혁안을 논의했다. 회장 등 주요 간부의 연봉을 공개하고 회장 임기도 최대 12년으로 제한하는 내용 등이 주요 안건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것은 집행위원회의 폐지다. 회장이 장악하는 집행위원회 대신 총회를 통해 선출, 구성한 새로운 협의체를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AP통신과 영국의 인디펜던트 등 외신들은 “새 회장이 뽑혀도 FIFA의 뿌리 깊은 부패 구조는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디펜던트는 “투표권자 상당수는 개혁보다 현 체제 유지를 선호한다”고도 지적했다.
이번 선거에서 ‘양강’을 형성했던 살만 빈 이브라힘 알 칼리파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51)과 잔니 인판티노 유럽축구연맹(UEFA) 사무총장(46) 역시 오래 전부터 부패로 얼룩진 축구판에서 활동해온 인물들이어서 선거 전부터 개혁과 큰 변화를 이끌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블라터 전 회장은 지난 주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후보 중 4명이 내게 연락했으며 몇몇 회원국은 누구를 지지해야 하는지 물었다”며 여전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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