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스는 가네코 치히로(33)의 팀이었다. 미야자키 소켄 캠프지의 팀 소개 책자나 포스터의 중심은 가네코였다. 2014년 사와무라상 수상자인 가네코는 오타니 쇼헤이(니혼햄)와 더불어 퍼시픽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다. 두산 민병헌은 “대표팀에 있을 때, 이대호(시애틀) 형에게 얘기를 들었는데 일본투수는 가네코 얘기만 하더라. 소프트뱅크에서 전력분석용 데이터를 늘 보내주는데 가네코 관련 정보는 보지도 않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어차피 전력분석을 해서 공략할 투수가 아니라는 뜻이다. “8가지 구종을 구석에 꽂아 넣을 수 있다”는 극찬을 들을 만큼 가네코는 구종이 다양하고, 제구력이 탁월하다.
이런 가네코가 25일 두산과의 평가전에 선발등판했다. 경기 직전 가네코는 불펜에서 30구 가량의 공을 던졌는데 수십 명의 팬들이 관중석 철망에 붙어서 가네코의 피칭을 촬영했다. 가네코는 불펜포수에게 공을 던지기 전, 어떤 구질을 어느 코스로 넣겠다는 예고를 하고 공을 던졌다. 직구, 커브, 체인지업, 커터, 슬라이더 등 투수의 거의 모든 구종을 다 선보였다. 왜 일본인들이 캠프지까지 따라와 불펜피칭을 보려고 기를 쓰고 몰려드는지 가네코를 보니 조금 이해가 갔다.
실전 등판에서도 가네코는 두산 타선을 2이닝 무실점으로 막았다. 2루수 실책으로 민병헌을 출루시킨 것이 전부였다. 오른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을 받았음에도 오릭스는 5억엔의 연봉을 가네코에게 안겨줬다. 히로시마의 영웅 구로다 히로키(6억 엔) 다음으로 많은 연봉이다. 그만큼 상징적 에이스에 대해 예우를 보여준 것이다.
가네코가 재활에 전념한 사이, 라이벌 마에다 겐타(28)는 히로시마를 떠나 포스팅을 통해서 LA 다저스에 입단했다. 가네코는 두산과의 평가전을 통해 2016시즌 에이스의 귀환을 알렸다. 일본시리즈 3연패를 노리는 소프트뱅크가 지배하는 퍼시픽리그에서 오릭스가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가네코의 존재감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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