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만난 김용희 SK감독에게 팀 타선에 대해 묻자 돌아온 답이다. 발 빠른 타자가 없다는 하소연이었지만 뒤집어 보면 그만큼 장타자가 많아졌다는 이야기였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5,6번 자리에서 주로 뛴) 김강민을 7번 타순에 배치해야 할 정도”라고 은근히 자랑했다.
오키나와에서 진행 중인 2차 스프링캠프에서 SK가 중점을 두고 있는 훈련은 장타력 강화다. 기동력을 발판으로 짧은 단타를 이어가던 그동안의 SK 공격 색깔을 떠올리면 눈에 띄는 변화다. 실제로 지난 시즌 SK의 홈런은 145개(5위), 장타율은 0.410(6위)으로 리그 중위권이었다.
김 감독이 믿는 구석은 최정과 정의윤이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81경기에만 출전했던 최정과 지난 시즌 LG에서 이적한 뒤 홈런 14개를 치며 개인 최다 기록을 세운 정의윤이 올 시즌 팀의 중심 타선을 이끌어 주길 바라는 것이다.
올 시즌 3할 타율에 홈런 20개를 1차 목표로 세운 최정은 “정의윤, 이재원 등 또래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팀 분위기가 좋아졌고 타선에 힘도 붙었다”고 말했다. 그는 “히팅 포인트를 되찾는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며 “캠프 때부터 빠짐없이 훈련에 참가하자는 목표를 세웠는데 아픈 데 없이 훈련하고 있다. 좋은 감으로 시즌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의윤은 “지난 시즌 활약했다고 이야기하지만 따지고 보면 9월(홈런 9개) 한 달만 반짝 잘했다”며 “올 시즌 풀타임 출전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팀에서 원하는 타점, 장타력에서 좋은 결과를 보여 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자유계약(FA)선수로 팀을 떠난 정상호의 보상 선수로 영입한 최승준과 미국 무대에 도전했다 올 시즌 국내로 복귀한 김동엽도 기대주다. 정경배 타격 코치는 “김동엽은 문학구장 외야 그린존을 넘기는 홈런을 칠 것으로 기대된다”며 “힘에서는 박병호 못지않은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최승준은 정의윤과 같은 조로 타격 훈련을 한다. 같이 훈련하면서 정의윤에게 많은 것을 배우도록 하기 위한 코칭스태프의 배려다. 외국인 타자 헥터 고메즈가 유격수로 나서는 것도 SK의 장타력에 큰 힘을 실어준다. 1루수나 지명타자에 장타자를 기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포수 정상호의 이적으로 이재원의 수비 부담이 커진 것은 걱정거리다. 이재원에 대해 ‘타석 결과가 수비에도 영향을 주는 민감한 선수’라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 낮아진 마운드 또한 김 감독의 고민이다. 김 감독은 “아직 5선발은 물론 4선발도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 두 명과 확실한 에이스 김광현을 제외하고는 아직 확실한 후보가 없는 것이다. 정우람과 윤길현의 FA 이적으로 생긴 불펜의 빈 틈 역시 아직 메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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