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민(NC), 구자욱(삼성) 등 국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들을 길러 온 권영진 전 대구고 감독(48·사진)이 1일 라오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라오스의 최초의 야구팀을 이끌기 위해서다.
그가 감독을 맡게 된 ‘라오스 브라더스’는 야구 불모지인 라오스에서 이만수 전 SK감독이 2013년 창단한 학생 야구팀이다. 35명의 선수들은 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그동안은 이 전 감독이 수시로 라오스를 찾아가 선수들을 지도했는데 최근 라오스 교육체육부와 대한체육회가 양해각서(MOU)를 맺고 올 해부터 권 감독을 상주 지도자로 파견하기로 했다.
쌍방울과 롯데에서 선수로 뛰다 은퇴한 뒤 모교 대구고에서 17년간 코치와 감독을 지냈던 권 감독은 올 1월 이 전 감독의 부탁을 받고 2주 동안 라오스 브라더스 선수들을 지도했었다. 당시 13일간 하루도 쉬지 않고 굵은 땀방울을 흘렸던 권 감독은 “한국 초등학생들은 야구를 처음 배울 때 기초적인 규칙이라도 알고 시작합니다. 또 좋아하는 선수의 폼이나 자세를 따라하면서 시작하는데 라오스에서는 보고 따라할 대상 자체가 없으니 손짓 발짓을 해가며 설명해야 했어요. 힘들었죠”라고 말했다. 권 감독은 “아이들이 열심히 들으려하고, 뭔가 해보려고 하는 눈빛이 정말 좋았어요. 그 때 마음을 빼앗긴 것 같아요”라고 정든 대구를 떠나 ‘기러기’ 생활을 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권 감독의 임기는 일단 6개월이다. 권 감독은 우선 선수들에게 ‘왜 야구를 해야 하는 지’를 알려줄 생각이다. “물론 라오스에서 프로 선수가 될 길은 없어요. 하지만 단체운동인 야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거든요. 라오스 아이들은 한 명이 타석에 서면 나머지는 장난치고 그래요. 야구에서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 그 부분을 먼저 이해시키려고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권 감독도 잘 알고 있다. 얼마 전까지 맨발로 야구를 하고, 야구장이 없어 축구장에 선을 그려 야구를 해야 했던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 감독은 응원하는 제자들이 있어 힘이 난다고 했다. “애리조나에서 훈련 중이던 (박)석민이도 전화를 해서 도울 방법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냥 고맙죠.” 그런 제자가 뿌듯한 권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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