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조원우 감독(45)은 두산 김태형 감독(49)이 인정하는 후배다. 성품뿐 아니라 리더로서의 자질을 높이 평가한다. 조 감독 역시 부임 첫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군 김 감독의 방식을 일부 반영해 롯데의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큰 틀에서 자율을 주되, 효율성을 중시하는 야구’가 두 사령탑이 추구하는 일치된 지점이다. 철학도 비슷한 데다, 두 감독은 SK 시절 코치로서 한솥밥을 먹은 인연도 갖고 있다. 1일 일본 미야자키 소켄구장에서 열린 평가전을 앞두고도 두 감독은 일본에서 1승도 못한 현실을 들춰내며 서로 양보(?)를 종용했다. 롯데의 대승(10-3)으로 경기가 끝난 직후 김 감독은 “진짜 우승 후보는 따로 있었다”고 조 감독에게 웃으며 말했다. 조 감독도 “이기면 수훈선수에게 상금을 주는데 일본에서 처음 줘봤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러나 화기애애함과 별개로 실전에 임할 때 두 팀은 저마다의 냉철한 지향성을 보여주며 진짜 승부인 정규시즌을 겨냥했다.
● 롯데, 수비가 되기 시작했다!
일본 세이부와 지바롯데 2군을 상대로 1점도 못 냈던 타선이 폭발했다. 스프링캠프지 가고시마에서 이날 경기가 벌어진 미야자키까지 동선이 긴 관계로 강민호, 최준석 등 주력타자들을 빼고 왔음에도 황재균(멀티히트), 정훈(만루홈런) 등이 타선을 이끌었다. 마운드에서도 이성민(3이닝 무실점), 고원준(2이닝 무실점) 등의 구위를 확인했다. 두산이 닉 에반스와 양의지를 제외한 베스트 라인업을 가동한 것을 고려하면 고무적이다. 그러나 조 감독이 자평한 최고 소득은 팀 배팅과 수비였다. 가장 강조했던 집중력을 선수들이 보여줬다. 2루수 정훈은 “예전에는 실책을 저지르면 나한테 공이 안 오기를 바랐는데 지금은 (연습을 많이 했던 것이 분해서) ‘한 번 더 와라’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롯데 캠프의 최대 기대주 오승택의 유격수 수비는 안정감을 보여줬고, 야수진의 멀티 포지션도 무리 없이 작동됐다.
● 두산, 못 이겨도 동요하지 않는다!
두산은 미야자키 평가전에서 1승도 못하고(1무4패) 있다. 타 팀에 비해 전력의 전체적 세팅이 일찍 끝난 상황에서 주력선수들의 컨디션을 체크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1일 롯데전에서도 선발 후보인 좌완 이현호가 3회 갑자기 밸런스가 무너지며 4점을 잃었다. 또 다른 좌완 진야곱도 6회 1이닝 동안 만루홈런을 포함해 5실점했다. 김 감독은 롯데전 직후 배팅케이지 2대를 설치하고 타자 전원이 참가한 특타를 손수 지도했다. 타격 사이클이 침체돼 있어도 두산을 높게 평가하는 근거인 유희관, 장원준, 이현승 등 핵심 투수진은 건재하다. 지난해 풀 시즌을 못 던진 더스틴 니퍼트와 김강률도 개막을 대비하고 있다. 롯데를 맞아서도 홀로 멀티히트를 쳐낸 민병헌은 김현수(볼티모어)가 빠져나간 3번타자 자리를 티 나지 않게 소화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