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망받던 유격수에서 중견수로 포지션 변경 “유격수에 대한 미련? 하성이가 잘하잖아요 올시즌 주전으로 3할·30홈런·30도루 목표”
2014년 넥센의 1차지명 신인 임병욱(21)은 입단 당시 대형 유격수로 기대를 모았다. “제2의 강정호(29·피츠버그)가 될 재목”이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그러나 지난 2년간 보여준 것이 없었다. 지난해 퓨처스리그 32경기에선 타율 0.372, 10홈런, 23타점, 출루율 0.462의 호성적을 냈다. 그러나 1군에선 40경기에 출장해 타율 0.186, 1홈런, 3타점으로 초라했다. 그나마 내세울 만한 기록은 0.308의 대타 타율뿐이었다. 그 사이 동기생 김하성은 골든글러브를 다투는 유격수로 성장했다.
올해는 다르다. 확실한 동기부여가 생겼다. 넥센 염경엽 감독에게 좋은 의미로 찍혔다. 염 감독은 지난 시즌 막판부터 “임병욱을 주전 중견수로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염 감독은 “임병욱은 넥센의 스타를 넘어 리그 톱클래스로 성장할 자질이 충분하다”며 “이병규(42·LG 9번)의 전성기 모습을 봤다. 계획대로 성장하면 이병규처럼 클 수 있다. 올해는 어떻게 하든 꾸준히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 넥센의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임병욱은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자신의 각오를 들려줬다.
-지난해 말부터 염 감독에게 찍힌 선수로 관심을 받았다.
“처음 입단했을 때도 주목받긴 했지만, 그쪽에 신경 쓰다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도 제대로 못 했다. 보여준 것도 없었다. 지금은 외부 시선에 신경 쓰지 않는다. 관심을 받고 있는데, 응원해주시는 팬들께 감사드린다. 배운 대로만 하면 잘될 것이다.”
-일찌감치 주전 중견수로 낙점 받았다. 한결 마음이 편할 것 같다.
“‘잘될 거야’라는 생각보다는 ‘무조건 잘한다’는 생각만 한다. 그렇게 하다 보니 알아서 자신감도 붙더라.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올해는 잘할 것이다.”
-보완해야 할 점과 캠프에서 얻은 소득은.
“아직 다 부족하다. 경기감각이 없어서 실수가 많이 나올 것 같다. 그럴 때마다 기죽으면 안 된다. 매번 캠프에 따라오긴 했지만, 올해는 확실히 ‘시즌이 다가오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는다. 과거와 달리 자신감은 확실히 얻었다.”
-염 감독이 임병욱에게 ‘이병규의 전성기를 봤다’고 했다. 자신에게 이병규는 어떤 존재인가.
“이병규 선배는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도 다 아는 선수다. 콘택트 능력과 수비가 일품이다.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선수다. 어릴 적에 이병규 선배를 보면서 ‘내가 저렇게 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무조건 ‘이병규 선배처럼 큰 선수가 돼야 한다’는 꿈이 생겼다.” -입단 당시 ‘제2의 강정호’로 성장할 재목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제는 유격수가 아닌 중견수다. 포지션 적응이 힘들진 않았나.
“많이 혼란스럽기도 했고,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은 경기에 나가는 것이다. 연습 때와 실전에서 날아오는 타구는 많이 다르다. 1차 캠프 청백전 때도 많이 헤맸다. 하지만 경기에 계속 나가면서 적응하다 보니 요령이 생겼다. 타구음만 듣고 따라갈 수 있을 정도로 연습하고 있다.”
-유격수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처음에는 있었다(웃음). 하지만 지금 (김)하성이가 잘하고 있고, 나도 잘하는 것을 찾아야 하지 않겠나. 아직 100% 만족하진 못하지만, 중견수로 적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가장 자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남에게 지지 않을 자신은 있다. 승부욕과 근성이다.”
-올 시즌 목표가 궁금하다.
“3할 타율, 30홈런, 30도루를 하겠다고 항상 말해왔다.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 목표를 크게 잡고,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는 올 시즌 성공을 위한 키는.
“두 가지다. 다치지 않는 것과 겸손한 태도다. 부상을 당하면 시즌을 정상적으로 소화할 수 없다. 다치지 않더라도 건방지게 행동하면 무조건 떨어지게 돼 있다. 예전에 발목을 다쳤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는 정말 야구를 하고 싶었다. 내가 얼마나 야구를 좋아하는지 다시 한 번 깨달은 시간이었다. 그때 그 마음 그대로 겸손하게 행동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