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이덕희, 데이비스컵 뉴질랜드전서 국가대표 데뷔전
갑작스러운 출전에 잠못이룬 제자에 “져도 좋다, 기분좋게 뛰어라” 격려 글
경기 중엔 메모지에 작전 적어 지시… “많은 것 배워… 잊지못할 추억 됐어요”
청각장애를 극복하고 뉴질랜드와의 데이비스컵에서 성공적으로 테니스 대표팀 데뷔전을 치른 이덕희. 아래 사진은 이덕희를 위해 노갑택 대표팀 감독이 준비한 작전 지시 메모.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한국 남자 테니스 대표팀 노갑택 감독의 주머니에는 평소와 달리 볼펜과 메모지가 있었다. 6일 서울 올림픽코트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데이비스컵 복식경기에서 벤치를 지키고 있을 때였다. 노 감독은 태어날 때부터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이덕희(18·마포고)에게 경기 도중 조언을 하거나 작전을 지시하기 위해 필기구를 준비했다. 당초 복식경기에는 임용규와 에이스 정현이 호흡을 맞출 계획이었지만 전날 비가 내려 경기가 취소되면서 노 감독은 임용규의 파트너로 이덕희를 낙점했다.
경기 전날 밤 노 감독에게 출전 통보를 받은 이덕희는 잠을 못 이룰 정도로 부담을 느꼈다. 이덕희의 걱정을 전해들은 노 감독은 ‘꼭 이기지 않아도 좋다. 편하게 하고 싶은 플레이를 하고 나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내가 벤치에 있으니 믿고 기분 좋은 경기를 하라’는 내용의 편지를 이덕희에게 보냈다. 노 감독은 또 ‘할 이야기가 있으면 해라’ ‘리턴할 때 전위를 의식하지 말라’ ‘서브 토스를 높여라’ 등의 글을 적은 메모를 준비했다.
노 감독의 이런 정성에 힘입어 6일 대표팀 데뷔전에 나선 이덕희는 심판 판정도 듣지 못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기대 이상의 플레이를 펼쳤다. 이덕희의 파워 있고 각도 깊은 스트로크에 관중은 박수를 보냈다. 비록 경기에서 패했지만 경기를 지켜본 한국 테니스의 전설인 최부길 씨와 김문일 씨는 “이덕희는 대성할 자질을 지녔다. 어린 나이에 너무 잘했다”고 칭찬했다.
고교 3학년인 이덕희의 세계 랭킹은 224위로 정현(63위)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로 높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처음 대표팀에 합류했다. 진작 태극마크를 달 수 있었지만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자신의 핸디캡을 의식해 그동안 대표팀 합류를 고사해왔다.
주하이챌린저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7일 중국으로 출국한 이덕희는 데이비스컵 출전 소감을 글로 보내왔다. ‘대표팀에서 감독님, 선배들과 생활하며 잊지 못할 추억이 생겼어요. 기술과 멘털 부분에서 많은 걸 배웠어요. 앞으로 큰 무대에서의 중압감을 떨쳐버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즐겁게 경기할 수 있어 좋았어요.’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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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8 10:35:40
기자님들이여 이런 기사 많이 쓰세요.. 쓸데없고 관심없는 정치이야기 쓰지 마시고.. 누가 공천되던 누가 당대표되던 관심 없으니까 말이죠. 남을 칭찬하고 사랑하고 지원해주는 그런 따뜻한 기사와 밝은 미래를 위한 기사만 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