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 아주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지난해 K리그 클래식(1부리그) FC서울에서 현역 유니폼을 벗은 전 국가대표 수비수 차두리(36)다. 모두의 축복 속에 후회 없는 ‘선수인생’을 마친 그는 제2의 인생을 향해 올해 1월부터 독일에서 지도자 코스를 밟고 있다. 독일에서 나고 자라 누구보다 현지 언어와 문화에 익숙하지만, 보수적인 독일축구계에서 정식 지도자로 선택받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루하루가 배움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항상 공부에만 전념할 수 없는 법. 때로는 쉼표도 필요하다. 모처럼 차두리는 정든 대표팀 후배들이 많은, 그래서 더욱 특별한 영국으로 향했다. 지난 주말 도착한 뒤 손흥민(24·토트넘)의 초대로 5일(한국시간) 토트넘-아스널의 ‘북런던 더비’를 관전했고, 6일에는 이청용(28)이 속한 크리스털 팰리스와 리버풀의 대결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당연히 잠자리도 가장 편한 곳에 마련했다. 아내와 딸이 한국에 머물고 있는 이청용의 집이다.
반가운 이를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 ‘백수 형’의 출국(9일)에 앞서 전·현직 태극전사들이 뭉쳤다. 스완지시티 기성용(27)과 일본 오사카에서 진행 중인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최종예선에 나선 지소연(25·첼시 레이디스)을 제외하고 모두 모였다. 박지성(35), 손흥민, 윤석영(24·찰턴) 등이 런던시내의 한 식당에서 뜻 깊은 시간을 나눴다. 밥값을 계산한 차두리는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았다”며 밝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