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4연패를 달성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챔피언결정전을 기다리고 있는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의 정장훈 사무국장은 최근 뜻밖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신한은행이 전주원 코치에게 감독을 제안했다는데 알고 있느냐”는 문의 전화였다. 정 국장은 곧바로 전 코치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런 일 없다”는 대답을 듣고 나서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걱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전 코치는 4년 전 이맘때만 해도 신한은행 코치였다. 그해 2월 신한은행이 국내 프로스포츠 최초로 6년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하며 전 코치의 재계약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그해 4년 연속 꼴찌의 수모를 당한 우리은행이 신한은행의 위성우 코치와 전주원 코치를 감독과 코치로 전격 영입한 것. 전 코치는 위 감독과 함께 우리은행 선수들을 변화시켰고, 부임 첫해 팀을 챔피언 자리에 올려놓았다. 신한은행에서 선수와 코치로 6년 연속 정상에 올랐던 전 코치는 우리은행이 이번에도 정상에 오르면 ‘10년 연속 우승 멤버’라는 진기록을 세운다.
반면 우리은행에 뒤통수를 맞은 신한은행은 전 코치의 부재를 실감해야만 했다. 전 코치가 떠난 뒤 3년 연속 정규리그 2위를 했지만 챔피언결정전 진출은 2013∼2014시즌이 유일했다. 이번 시즌에는 5위까지 떨어져 11년 만에 처음으로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하지 못했다. 시즌 중반 이후 팀 순위가 추락하자 2014∼2015시즌부터 팀을 이끌던 정인교 감독은 1월에 자진 사퇴했고, 신한은행은 전형수 코치에게 감독대행을 맡겨 힘겹게 시즌을 마쳤다.
이 때문에 정 전 감독의 사퇴 직후부터 ‘농구 명가’ 신한은행의 감독이 누가 될 것인가는 큰 관심거리였다. 각종 설(說)이 난무했다. 김상식 전 오리온 감독(남자농구), 임달식 전 신한은행 감독, 신기성 KEB하나은행 코치, 이호근 전 삼성생명 감독 등의 이름이 거론됐다.
하지만 0순위 후보는 단연 전 코치였다. 우리은행과 전 코치의 계약기간이 아직 1년 남아 있지만 코치가 아닌 감독으로 간다고 하면 우리은행으로서도 막을 명분이 없다. 친정팀으로 간다면 더욱더 그렇다. 전 코치는 1998년 프로 출범 원년부터 신한은행의 전신인 현대건설의 ‘간판’이었고 2004년 신한은행이 팀을 인수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은행의 정 국장이 걱정을 한 것은 전 코치가 4년 전 우리은행으로 올 때도 직전까지는 신한은행에 “그런 일 없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전 코치가 우리은행을 떠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선수와 지도자로 신한은행 성공시대의 중심에 있었던 전 코치가 돌아온다면 좋겠지만 당장은 여러 여건이 맞지 않은 상황이라 정식 제안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기가 문제일 뿐 전 코치가 감독이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여자농구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여성 감독이 성공한 사례는 없다. 그래서 여자농구의 대들보인 전 코치의 행보가 중요하다. 감독은 코치와 달리 모든 책임을 지는 자리이기 때문에 출발부터 좋아야 한다. 감독 자리가 생길 때마다 전 코치가 후보에 오르겠지만 현명한 사람이라 섣불리 움직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