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첫 경기는 떨다가 KKK… 홈런치며 자신감 생겼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5일 03시 00분


김용달 前 LG 타격코치가 만난 박병호

박병호(미네소타)가 12일(현지 시간)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미국 플로리다 주 포트마이어스에서 프로야구 LG 시절 가르침을 받았던 김용달 전 코치와 이야기하고 있다.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은 빠르면서도
움직임이 많아 좋은 타구를 날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포트마이어스=문상열 통신원 moonsy1028@gmail.com
박병호(미네소타)가 12일(현지 시간)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미국 플로리다 주 포트마이어스에서 프로야구 LG 시절 가르침을 받았던 김용달 전 코치와 이야기하고 있다.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은 빠르면서도 움직임이 많아 좋은 타구를 날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포트마이어스=문상열 통신원 moonsy1028@gmail.com
올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는 선수는 미네소타 박병호(30)다. 한국프로야구 홈런왕 출신이기 때문이다. 야구의 꽃은 홈런이다. ‘타격왕은 세단을 타지만 홈런왕은 리무진을 탄다’는 미국 야구 속설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홈런의 파괴력은 대단하다. 박병호는 시범경기에서 홈런 3개를 터뜨리며 파워배팅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LG에서 박병호를 지도했던 김용달 전 LG 타격코치가 12일 미국 플로리다 주 포트마이어스에서 시범경기 중인 박병호를 만나 타격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김용달 전 코치=포트마이어스에 합류한 지도 한 달 가까이 됐는데 적응은 잘하고 있나.

▽박병호=감독, 코치, 선수들이 잘해 주고 있어요. 환경 면에서는 불편함이 없어요.

▽김=시범경기 첫날 보스턴전에서 삼진 3개를 먹었을 때의 심정은 어땠나.

▽박=떨었어요. 미국은 응원문화도 다르고 해서 처음에 나가면서 ‘이제 미국에서 뛰는구나’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생각은 많고 정신없이 방망이 휘두르다 경기를 마친 거예요.

▽김=첫 경기 후에 해소된 거냐.

▽박=안타가 나오면서 조금 풀렸어요. 한국이랑 똑같더라고요. 삼진 먹고 못하나 홈런 치고 잘하나 역시 시범경기예요. 적응하는 데 신경 쓰자고 마음을 잡으니까 편안한 것 같아요.

▽김=만루홈런 치고 센터로도 홈런을 때리면서 자신감을 얻은 거야?

▽박=물론 투수들도 완벽한 컨디션은 아니겠지만 팀에서 나에게 필요로 하는 게 장타이고 나 역시 장타를 원하고 있어요. 비록 연습경기지만 홈런을 친 게 그래서 중요하다고 봐요.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김=KBO 리그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차이를 뭐라고 보나.

▽박=여기서 많은 직구를 봤어요. 미국에서는 커터(커트 패스트볼), 싱커 등을 모두 직구 계열로 판단해요. 타이밍이 됐다 싶어서 휘두르면 땅볼이 나오고 범타예요. 볼의 움직임 때문이에요. 미국 투수들은 볼도 빠르지만 볼의 움직임도 있으니까 타자가 정확하게 때리지 않으면 좋은 타구를 날릴 수가 없어요.

▽김=훈련 방식이나 지도 스타일은 어때?

▽박=지도 스타일은 넥센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분야별로 코치가 붙어서 어린 선수에게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베테랑들은 알아서 하게 둬요.

▽김=폴 몰리터 감독은 명예의 전당 회원 출신이고, 톰 브루넌스키 타격코치는 홈런도 많이 때렸는데 어떻게 대해 주나.

▽박=감독은 저라고 특별히 대해 주는 것은 없어요. 전체 선수들을 살펴야 한다는 건 저도 알아요. 타격코치와는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많은 얘기를 나눠요. 솔직히 저도 속마음을 숨기고 그러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타격코치는 항상 도와주려고 해요.

▽김=김현수가 부진한데 가끔 통화하나.

▽박=제가 얘기하기는 곤란하네요. 격려해줄 것은 없어요.

▽김=여기 처음에 왔을 때 KBO 리그와 가장 큰 차이를 느낀 점은 뭐냐.

▽박=여기는 정말 즐겁고 밝고 재미있게 연습하고 그래요. 하지만 그 안에서 자기 행동들에 책임을 져야 해요. 주전은 주전대로 초청선수는 초청선수대로 뭔가 보여주는 야구를 해요. 코치도 그냥 서 있어요. 그러면서 도와줘요.

▽김=국내 훈련은 3일 또는 4일 훈련 후 하루 쉬는데 여기는 쉬는 날이 없잖아.

▽박=몇 경기 하고 쉬는 게 체력관리를 하도록 배려하는 것 같아요. 여기에 맞춰야죠. 저도 집에 가서 일찍 자요.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요.

▽김=이곳의 시스템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나.

▽박=확실히 그래요. 경기 도중에 먼저 간다고 불평하는 선수는 없어요. 오랫동안 야구를 하면서 시스템과 체계가 돼 있어서 저는 좋아요.

▽김=이곳에 초빙된 전설적인 선수들과도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것 보니까 준비된 메이저리거야.

▽박=저는 미국 오려고 영어 공부를 한 건 아니에요. 사실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수업 안 듣고 야구만 했어요. 그나마 영어 수업을 좋아했어요. 2군에 있을 때나 1군에 있을 때 외국 선수들에게 물어보고 대화하는 것을 즐겼어요. 야구 외적인 것은 단어를 모르니까 어렵지만 야구는 소통할 수 있어요.

▽김=올해 미국에 온 한국 타자들이 공교롭게도 아메리칸리그여서 경쟁관계가 됐는데….

▽박=아직 거기까지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시즌이 시작되지도 않았고요. 서로 잘했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을 거예요. 서로 리그에 대해 모르고 도전하는 거 아니에요. 시즌에 들어가면 저밖에 생각 못할 것 같아요. 여유도 없을 거고요. KBO 리그 신인 때 주변은 안 보이잖아요.

포트마이어스=문상열 통신원 moonsy1028@gmail.com
#메이저리그#박병호#미네소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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