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팀은 여러 면에서 상반되는 점이 많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챔피언결정전만 11번째인 반면에 KEB하나은행 박종천 감독은 첫 번째다. 위 감독이 ‘혹독한 리더십’의 대명사라면 박 감독은 ‘부드러운 리더십’의 소유자다. 우리은행의 최대 강점이 외곽이라면 KEB하나은행의 강점은 골밑이다. 챔피언결정전을 앞둔 두 팀의 연습장을 13일 찾았다.
우리은행 연습장은 예상과 달리 긴장감이 넘쳤다. 1등만 세 번. 이제는 자신감이 생길 법도 할 텐데…. 하지만 위 감독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는 “연승이 길어지면 잘해 줄 때도 있지만 필요할 때는 불같이 화를 낸다”며 “선수들이 처음엔 ‘감독이 미쳤다’고 생각했을 거다. 지금은 선수들도 ‘아, 또 저러는구나’ 하고 속아준다”고 말했다.
위 감독은 “내 눈에는 늘 상대가 잘하는 것만 보이고 우리는 못하는 것만 보인다”며 “그러다 보니 늘 긴장이 안 될 수가 없고, 선수들이 힘들어해도 일부러 못 본 척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위 감독은 “우승컵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지만 이 또한 1등이 짊어져야 할 책임감”이라고 했다.
KEB하나은행의 오후 훈련장에서는 주축 선수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박 감독은 “전날 KB스타즈와 연전을 치러 베테랑 선수들에게는 휴식을 줬다”고 말했다. 오래간만에 모스비와 첼시 리는 마사지와 이태원 나들이를 즐겼다고 한다.
박 감독은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을 붙잡고 두 시간 내내 수비훈련을 반복하며 마음에 들지 않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호루라기를 불었다. 그러곤 족집게 강사처럼 그때그때 잘못된 동작을 설명했다.
박 감독은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것 같다는 말에 “감독이라면 누구나 선수들을 강하게 몰아붙이기 마련이다. 나도 야단을 많이 친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더라. 안 보이는 곳에서 야단치고 경기장에서는 부드럽게 하려고 한다. 내가 생긴 것도 좀 부드럽지 않으냐”고 답했다.
“이번 시즌이 우리 선수들의 패배의식을 떨칠 디딤돌이 됐다”고 평가한 박 감독은 “김정은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김이슬이 자리를 잘 메우며 기량이 좋아져 ‘전화위복’의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도 김이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현대전자 코치 시절에는 선수였던 위 감독을, 현대 하이페리온 감독 때는 선수였던 전주원 우리은행 코치를 지도했다. 그는 “우리은행과 경기를 할 때마다 ‘청출어람’이란 말을 실감한다”며 “하지만 경기는 이겨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챔피언 우승컵을 둔 사제의 첫 대결은 16일 오후 7시 춘천호반체육관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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