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4년 연속 여자프로농구 왕좌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0일 20시 36분


우리은행이 4년 연속 여자프로농구 왕좌에 올랐다.

우리은행은 20일 경기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DB생명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 3차전(챔프전·5전 3승제)에서 KEB하나은행을 69-51로 꺾고 4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박혜진(14득점)의 외곽포를 앞세워 전반을 37-18로 앞서며 승기를 잡은 우리은행은 강한 수비를 앞세워 상대의 막판 추격을 뿌리쳤다. 우리은행은 역대 여자프로농구 최다인 통산 8번째 챔프전 우승과 7번째 통합우승을 이뤄냈다.

압도적 경기력으로 정상에 올랐지만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이번 시즌에 마음고생이 컸다. 위 감독은 “통합 3연패 뒤에 선수들이 우승의 맛에 취해 느슨해질까봐 걱정했다”며 “내가 없어도 선수들끼리 완벽한 경기를 펼칠 수 있는 팀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즌 내내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했고, 승리한 뒤에도 선수들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위 감독은 “성격이 예민해서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불행을 걱정한다. 덕분에 방심하지 않고 선수들을 이끌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챔프전에서 맞붙은 KEB하나은행 박종천 감독은 위 감독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줬다. 지난해 10월 열린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박 감독은 “할머니(우리은행)들은 이제 좀 쉴 때가 됐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위 감독이지만 그때부터 독기를 품었다고 한다. 위 감독은 “상대가 노장이 많은 우리의 약점을 공략한다는 생각이 들어 선수들을 더 채찍질하게 됐다”고 말했다.

위 감독은 4연패 과정을 통해 선수들의 실력이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감독 부임 초에는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강하게 선수들을 질책했지만 이제는 선수들을 많이 믿게 됐다”고 했다. 우리은행은 우승을 한 뒤 감독을 발로 밟는 세리머니를 한다. 위 감독에게 시즌 내내 시달린 스트레스를 푸는 세리머니다. 위 감독은 “2년 전에는 밟혀 죽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지만 올해는 선수들을 덜 괴롭혀서 그런지 강도가 약해졌다”고 말했다. 이에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박혜진은 “(시즌이 끝났으니) 빨리 감독님 얼굴을 보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맞받아쳤다. 챔프전을 앞두고 혹독한 개인 훈련을 했던 그는 MVP 수상 후 눈물을 보였다. 그는 “감독님에게 혼난 뒤 혼자 운 적이 많았다. 아직 감독님이 나를 믿지 않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날 승리로 역대 여자프로농구 사령탑 챔프전 승률 공동 1위(85.7%·5경기 이상)에 오른 위 감독의 다음 목표는 뭘까. 그는 “우승을 한 뒤에는 그 자리를 지켜야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천=정윤철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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