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전 2차전도 느슨하게 플레이한 선수 질책 우승 결과물 보다 경기력 자체에 집중하고 복기
‘정상은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이 있다. 정상을 향해 가는 과정에선 확실한 동기부여가 있지만, 맨 꼭대기에 선 뒤에는 우승이라는 목표가 사라진다. 챔피언 자리를 지키기 어려운 이유다.
우리은행은 20일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5전3승제) 3차전에서 KEB하나은행을 69-51로 꺾고 파죽의 3연승으로 4시즌 연속 통합(정규리그·챔프전) 우승에 성공했다. 숱한 역경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 왕조’를 구축한 것이다.
매 시즌 각 팀은 ‘타도 우리은행’을 외쳐왔지만, 올 시즌에도 우리은행의 정상 질주를 막아선 팀은 없었다. 오히려 해가 갈수록 우리은행은 완벽에 가까운 팀이 되고 있다. 첫 우승을 차지한 2012∼2013시즌 정규리그에선 승률이 0.686(24승11패)이었는데, 2013∼2014시즌 0.714(25승10패)에 이어 2014∼2015시즌과 올 시즌에는 무려 0.800(28승7패)까지 치솟았다.
이번 챔프전에서의 경기력도 압도적이다. 우리은행의 챔프전 상대 KEB하나은행은 높이의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한 채 싹쓸이 패배를 당했다. 1∼3차전 모두 일방적 경기였다. 3경기에서 점수차는 평균 15.3점이었다.
우리은행 위성우(45) 감독은 ‘만족’을 모르는 지도자다. 우승의 결과물 이전에 경기력 자체에 집중하고, 승리하더라도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면 이를 복기하며 선수들을 다그친다. 그는 17일 챔프 2차전에서 71-57로 대승을 거두고도 느슨하게 플레이한 선수들을 나무랐다. 위 감독은 “우리가 잘했다기보다는 상대가 지친 상태로 (챔프전에) 올라온 덕분이다. 우리는 이겼다고 여유를 부릴 팀은 아니다. 쉽게 이겼다고 상대를 쉽게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 중반 일찌감치 독주체제를 굳히고도 박혜진(26)을 강하게 몰아세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위 감독은 “우리 팀은 내가 하도 선수들을 몰아세워서 그런지 분위기가 좋은 날이 없다. 1위를 하고 있어도 분위기가 무겁다”며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번 챔프전 최우수선수(MVP) 박혜진은 “감독님이 당장의 승리보다는 앞으로의 발전을 더 생각하신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번 챔프전을 앞두고도 준비를 많이 했다. 운동할 때는 힘들지만, 어려운 과정을 겪고 난 뒤에는 큰 도움이 된다. 늘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