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기자의 온사이드]이번엔 볼까, 한국판 칼레의 기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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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아마 최강 가리는 FA컵
3부팀 미포조선 준우승이 최대 반란… 2016년은 4부리그 7개 팀이 3R 진출
16년전 佛4부리그 칼레의 결승 진출… 그런 사건이 한국서도 일어나기를…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알제리와 친선경기를 한 다음 날이자, 축구 국가대표팀이 태국과 A매치를 치르기 하루 전날인 26일. 전국 곳곳에서 축구협회(FA)컵 2라운드 17경기가 벌어졌다. TV 중계가 없었고, 경기 결과를 전한 매체도 드물어 축구 팬 대부분은 경기가 열렸는지도 몰랐다.

12일 막을 올린 이번 대회에는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12개, 챌린지(2부 리그) 11개, 3부 리그에 해당하는 내셔널리그 10개, 대학 20개 등 모두 83개 팀이 참가했다. 순수 아마추어인 생활축구 팀도 지난해(8개)보다 많은 10개 팀이 출전했다.

프로와 아마추어 팀이 함께 참가해 단판으로 승부를 가리는 토너먼트 방식의 FA컵에서 팬들이 기대하는 재미는 하위 리그 팀들의 반란이다. 1996년 1회 대회 이후 지금까지 가장 큰 이변은 내셔널리그의 실업팀 울산현대미포조선이 2005년 준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내셔널리그는 프로는 아니지만 사실상 직업 선수들이 뛰는 리그여서 당시 미포조선의 반란을 아마추어의 승리로 보기는 어렵다. 실제 미포조선은 2007년 내셔널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프로무대인 K리그로 승격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지만 스스로 승격을 포기했다.

그러나 K3 리그와 생활축구 팀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4부에 해당하는 K3 리그 선수들은 먹고살기 위한 생업이 따로 있다. 축구가 직업이 아니다. 같은 팀 선수들끼리도 함께 모여 연습하는 날은 일주일에 이틀 정도다. 이마저도 생업 때문에 건너뛰어야 할 때도 있다.

올해 FA컵에 참가한 생활축구 10개 팀은 아쉽게도 1, 2라운드에서 모두 탈락했다. 하지만 K3 리그 20개 팀 중 7개 팀이 살아남아 3라운드에 진출했다. 이 중 화성FC와 청주시티FC, 양주시민축구단은 2라운드에서 대학팀을, 파주시민축구단과 양평FC는 같은 K3 리그 팀을 꺾었다. 포천·경주시민축구단은 각각 지난 시즌 K3 리그 우승, 준우승 팀 자격으로 3라운드에 직행했다. 이 7개 팀은 한 번만 더 이기면 K리그 클래식 12개 팀이 직행해 기다리는 4라운드(32강)에 오른다. 역대 FA컵에서 K3 리그 팀의 최고 성적은 16강이다. 2014년에 포천시민구단, 2015년에 화성FC가 각각 8강 진입 문턱에서 반란을 멈췄다.

인구 약 8만 명인 프랑스의 북부 항만 도시 칼레를 연고로 한 4부 리그 팀 ‘라싱 위니옹 FC칼레’는 2000년 프랑스 FA컵 대회에서 상위 리그 팀들을 연파하며 결승전까지 올랐다. 슈퍼마켓 주인, 정원사, 항만 노동자 등으로 구성된 이 팀의 당시 FA컵 준우승은 ‘칼레의 기적’으로 불렸다.

FA컵 3라운드는 4월 27일 열린다. 한국판 칼레의 기적을 기대한다.

이종석기자 wing@donga.com
#k3 리그#프로와 아마추어#울산현대미포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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