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꿈의 무대’ 2016 시즌 메이저리그가 4일 세인트루이스와 피츠버그의 맞대결로 대장정에 들어간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가 더욱 기다려지는 건 빅 리그에 뛰어든 한국 선수가 그 어느 때보다 많기 때문이다. 추신수(34·텍사스), 류현진(29·LA 다저스), 강정호(29·피츠버그)에 한일 무대에서 맹활약하던 박병호(30·미네소타), 김현수(28·볼티모어),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이대호(34·시애틀)가 합류했고, 룰5 드래프트로 뽑힌 최지만(25·LA 에인절스)까지 가세했다. 당장 5일 시애틀과 텍사스의 경기에서 초등학교 친구 사이인 이대호와 추신수의 대결이 성사될 수도 있다.
○ 가시밭길 뚫은 이대호, 최지만
지난달부터 진행된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단연 눈길을 끈 건 이대호다.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으며 시작부터 불안한 출발을 했던 이대호는 주위의 우려를 씻고 개막전 25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시범경기 22경기에서 타율 0.264로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도 있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대호는 팀의 주전 1루수인 애덤 린드의 취약점인 왼손투수들과의 맞대결에서 13타수 4안타 타율 0.308로 린드(타율 0.222)에 비해 월등한 실력을 뽐냈다. 지난달 8일 애리조나와의 시범경기에서 기록한 비거리 146m의 대형 홈런도 왼손투수를 상대로 만들어 낸 것이다.
백업 1루수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이던 헤수스 몬테로가 토론토로 이적한 것도 이대호의 입지를 탄탄하게 하는 요인이다. 몬테로가 이적하면서 이대호는 한일 무대에서 주로 달던 등번호 10번도 되찾게 됐다. 이대호는 수비에서도 여러 차례 날렵한 모습을 보이며 팀 동료들의 마음을 얻었다.
최지만의 개막전 로스터 합류도 고무적이다. 인천 동산고 출신으로 올해 미국 무대 7년 차인 최지만은 그동안 단 한 차례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다. 룰5 드래프트로 볼티모어에서 이적하면서 25인 로스터 합류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영입 비용의 절반(2만5000달러)만 지불하면 언제든 원 소속 구단으로 돌려보낼 수 있어 미래가 불투명했다. 그러나 최지만은 실력으로 자리를 만들어 냈다. 시범경기 27경기에서 타율은 0.212로 저조했지만 홈런 2개에 타점 11점을 기록했다. 1루수와 좌익수 수비를 소화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평가받는다.
물론 개막전 로스터 합류 자체가 올 시즌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룰5로 영입한 선수는 최소 90일 이상 로스터에 올려야 하지만 구미에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원구단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
○ 시험대에 오른 김현수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 건 김현수다. 김현수가 마이너리그 거부권 행사 의사를 밝히면서 볼티모어가 김현수를 개막전 로스터에 포함하는 식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모든 사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문제는 개막전 로스터에 합류해도 출전 기회를 보장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김현수는 주전 선수들이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시범경기 후반부에 안정된 자리를 보장받지 못했다. 벤치 멤버로 경기 감각이 계속 떨어질 경우 대타 출전 기회마저도 살리지 못하게 되고 결국 구단과 여론의 압박으로 김현수가 더 궁지에 몰릴 가능성도 있다.
강정호와 류현진은 아직 완전한 몸 상태는 아니지만 앞서 한 차례 실력을 검증받았다는 점에서 큰 걱정은 없다. 지난달 말 마이너리그 연습 경기에서 홈런을 때리며 컨디션을 끌어올린 강정호는 이르면 이달 중순 복귀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류현진 역시 예상보다는 재활 경과가 더디지만 주중에 수술 후 처음으로 타자를 상대로 피칭을 할 계획이 잡혀 있다.
주전 자리가 확실시되는 박병호와 오승환은 시범경기에서 각각 홈런 3개,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시범경기로 미뤄 봤을 때 박병호는 6번 타자에서 팀 화력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승환은 강력한 구위를 뽐내긴 했지만 경기 후반 1점 차 승부처에서 등판한 건 아닌 만큼 실전에서 자신감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추신수는 지난 시즌 실패했던 초반 컨디션 관리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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