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터시티 창단 첫 EPL 정상 눈앞… 남은 6경기서 4승만 하면 자력우승
2부리그→작년 승격 14위 그친 약체… 伊출신 라니에리 감독 부임후 대변신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득점왕인 잉글랜드 축구스타 게리 리네커는 지난해 “레스터시티가 우승을 하면 속옷만 입고 방송에 출연하겠다”고 공약했다. 2015∼20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개막하기 전까지만 해도 영국 축구 전문가들은 승격 첫 시즌(2014∼2015시즌) 14위에 그친 레스터시티를 약체로 분류했다. 그러나 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든 지금 리네커는 방송에 입고 나갈 속옷을 골라야 할 위기에 처했다.
레스터시티는 3일 사우샘프턴과의 EPL 32라운드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해 리그 선두(승점 69)를 질주했다. 2위 토트넘(승점 62)과의 승점 차를 7로 벌린 레스터시티는 남은 6경기에서 4승만 챙기면 창단 후 첫 EPL 우승을 확정짓는다.
2013∼2014시즌까지만 해도 2부 리그를 전전하던 레스터시티는 이번 시즌에 이탈리아 출신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65)이 지휘봉을 잡은 뒤 환골탈태했다. 유벤투스(이탈리아), 첼시(잉글랜드) 등의 사령탑을 지낸 라니에리 감독은 우승과는 인연이 없어 ‘실력은 있지만 성공할 수 없는 감독’으로 평가받아 왔다. 실험적인 전술로 패배를 맛본 경험이 많았던 그는 그리스 대표팀 감독 때는 4경기 만에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여우 군단’(레스터시티의 애칭)의 라니에리는 달랐다. 오랜 사령탑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여우처럼 영리하게 선수들을 지휘하고 있다. 섬세한 라니에리의 리더십은 레스터시티 돌풍의 핵심으로 꼽힌다. 그는 경기 전날 상대 팀의 경기 영상 50∼60개를 보는 등 ‘밤샘 공부’를 하는 감독으로도 알려져 있다. 또한 팀이 패배한 뒤에 선수들에게 일주일간의 ‘통 큰 휴가’를 주거나 승리 후 ‘피자 회식’을 함께하는 등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술 구사에도 능하다. 여러 국가에서 감독 생활을 하며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을 익힌 그는 다양한 언어로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며 친밀도를 높인다.
라니에리는 시즌 내내 2부 리그 출신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애썼다. 그는 “다른 팀이 수영장이 딸린 빌라에 살고 있다면 우리는 지하실에 살고 있다.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당당히 싸워야 한다”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라니에리의 지휘 아래 공장 노동자 출신인 제이미 바디는 EPL 정상급 공격수로 거듭났다. 19골을 터뜨려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는 바디와 리야드 마흐레즈(16골·득점 5위)는 ‘EPL 최강의 쌍포’로 불리며 레스터시티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사우샘프턴전 승리로 우승에 한발 더 다가선 라니에리 감독은 “선수들은 승리를 위해 영혼을 다 바치고 있다. 우리는 마법 같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