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K리그 클래식(1부리그) 6경기는 모두 안방 팀의 승리로 끝이 났다. 한 라운드의 승리가 모두 안방 팀에 돌아간 건 14년만이다. 그만큼 드문 일이다. 모처럼 6개 안방 팀 직원들이 모두 웃는 주말이었다.
“안방 경기에서 지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안방 경기를 지면 구단 직원들은 2주간 죄인으로 지낸다. 통상 1주일에 1경기가 열리는 프로축구에서 안방 경기는 보통 2주 간격으로 열린다. 비기거나 진 경기를 보고 돌아간 안방 팬들의 실망감을 달래주려면 2주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축구에서 ‘홈어드밴티지’는 절대적이었다. 열성적인 안방 팬들의 응원, 익숙한 경기장, 짧은 이동 거리, 우호적인 심판판정 등이 든든한 배경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안방 팀이 갈수록 이기기 힘든 시절이다. 최근 5년간 안방 팀의 승률은 계속 떨어졌다. 2011년 46.3%였던 것이 지난 시즌 39.5%로 40%벽이 무너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무승부를 승률 50%로 반영한다. 반면 유럽식은 이긴 경기로만 계산한다. 이 기사에서는 유럽의 승률과 비교하기 위해 모든 승률을 유럽식으로 계산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도 비슷한 실정이다. 100여 년 전 초창기 프로리그 안방 팀의 승률은 70%에 육박했다. 그런데 최근 10년 사이 유지되던 안방 승률 40% 선이 지난 시즌 중반에 붕괴됐다.
득점이 많지 않은 축구에서 주심의 판정은 결과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눈에 띄는 건 페널티킥 판정 추이의 변화다.
통상적으로 안방 팀이 공격적으로 나서기 때문에 페널티킥을 얻을 기회가 더 많다. 게다가 애매한 상황이면 안방 팀에 유리한 판정이 내려지곤 했다. 하지만 페널티킥 판정에서도 안방 팀의 이점은 사라졌다.
2011년 전체 페널티킥 중 안방 팀이 얻은 비율이 65.8%였으나 이후 50.5%(2012년)-62.1%(2013년)-61.2%(2014년)-51.8%(2015년)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심판의 판정이 경기 후 분석을 통해 심판별로 성적이 매겨지면서 안방, 원정을 가리지 않고 엄격한 판정이 대세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리그 전경기 중계가 정착되면서 심판의 판정을 평가할 수 있는 영상자료도 확보됐다. TV와 인터넷, 모바일을 통해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의 눈도 증가했다. 홈어드밴티지란 불문율을 무턱대고 따를 수 는 없게 됐다.
안방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공격 일변도로 나서다 원정 팀에 기회를 내주기가 일쑤다. 특히 역습전술이 날로 발전하면서 강팀들도 안방에서 덜미를 잡히고 있다.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레스터시티는 전광석화 같은 역습 공격으로 최고의 원정 승률을 기록 중이다. 프리미어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비결이다.
안방 경기장의 환호와 격려가 원정 경기장의 야유보다 더 부담스러워지는 시절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