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즈엉전 김창수·김형일 퇴장 대체카드 없는 중앙수비수 비상 최강희 감독 “내부 원인 찾겠다”
“안 좋은 상황에서 나오는 모든 장면이 나왔다.”
6일 벌어진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빈즈엉FC(베트남)와의 원정 4차전에서 충격적인 2-3 패배를 당한 전북현대 최강희 감독의 한마디다. 그랬다. 이종호의 골 등 소득이 전혀 없지는 않았으나 ▲낯선 환경 ▲석연찮은 심판 판정 ▲페널티킥(PK) 2실점 ▲퇴장 2명 등 불리한 여건 속에서 싸운 전북은 무너졌고, 2006년 이후 10년을 미뤄온 아시아 클럽 정상을 향한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그러나 이제 외적 요인은 거론할 필요가 없다. 내부정비가 먼저다. “(빈즈엉 원정 패배로) 16강행이 불투명해졌다”고 인정한 최 감독의 말처럼, 2승2패(승점 6)로는 정상 정복은커녕 조별리그 통과마저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된 만큼 시즌 초반 끊임없이 불거진 아킬레스건을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알찬 공격진 보강으로 기대감이 높아진 지난 겨울이적시장 막판, 중앙수비수 김기희가 갑작스레 상하이 선화(중국)로 이적한 전북은 큰 머리와 얇은 다리를 가진 기이한 형태의 스쿼드를 지니게 됐다. 전방에는 거의 고민이 없는데, 후방은 빈약하다. ‘이중’ 전력을 갖춘 좌우 풀백과 달리 중앙수비는 고민이다. 최 감독은 “중앙수비는 부상과 경고누적, 퇴장 등 변수가 많아 최소 5∼6명은 보유해야 한다”고 걱정했는데, 이를 제대로 실감하게 됐다.
빈즈엉 원정에서만 2명(김창수·김형일)이 퇴장 당했다. 대회 16강(5월)까지 교체할 수 없는 AFC 등록명단에 중앙수비수 자원은 김형일 외에 임종은, 최규백, 김영찬 등이 전부다.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한 김창수와 달리 김형일은 옐로카드 1장에 종료 직전 레드카드까지 받아 20일 FC도쿄(일본)와의 원정 5차전과 다음달 4일 장쑤 쑤닝(중국)과의 조별리그 최종전까지 모두 뛸 수 없다. 이에 따라 승부처에서 성공을 거둔 바 있는 스리백 등 플랜B 가동도 염두에 둬야 한다.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수비진의 1차 보호막 역할을 해야 할 수비형 미드필더다. 파탈루(호주)는 좀더 적응이 필요하다. 빈즈엉 원정에서 파탈루는 장윤호와 호흡을 맞췄으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 채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됐다. 물론 장윤호도 홀로 분전하기에는 2% 부족했다. 베테랑 이호가 사실상 유일한 ‘믿을 맨’이다. 4-2-3-1과 함께 전북이 주로 활용한 4-1-4-1 포메이션 모두 원점에서 고민해야 할 처지다.
전북은 4월을 기다렸다. 챔피언스리그와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일정이 계속되는 스케줄이기에 최대한 많은 선수들을 활용하고, 다양한 조합을 시도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웃을 수 없다. 여유도 없다. 장쑤(승점 5)를 잡은 도쿄가 전북(2위)마저 따돌리고 조 1위(승점 7)로 올라섰고,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잔여 2경기는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외나무다리 혈투’가 됐다. 결국 더 이상의 실험은 사치다. 빈즈엉전 직후 최 감독은 “판정이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내부에서 먼저 불안요소를 찾아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전북은 어떻게 풀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