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투수라면 다양한 구종을 던져야 한다고 말한다. 단조로운 투구 패턴으로 긴 이닝을 끌고 가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직구와 서클체인지업 2개 구종만으로 지난 3년(2013∼2015년) 연속 10승을 따낸 이재학(26·NC)이 좋은 예다. “마음먹은 대로 던질 수 있는 확실한 변화구가 있다면 문제없다”는 NC 김경문 감독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재학은 2016시즌 첫 등판인 9일 마산 한화전에서 8이닝 7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로 값진 첫 승을 따냈다. 이날 이재학이 던진 96구 중 직구(50개)와 체인지업(41개) 비율이 무려 94.8%였다. 나머지는 슬라이더(3개), 투심패스트볼(2개)이었다. 풀타임 선발 첫 해인 2013년부터 비슷한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 직구와 종변화구가 아닌 체인지업의 조합만으로 꾸준히 10승 투수로 활약 중인 이재학은 그야말로 연구 대상이다. 직구도 시속 140∼142km로 강속구와는 거리가 멀기에 더욱 그렇다.
이재학은 “직구가 힘 있게 들어가고, 체인지업으로 잘 맞혀 잡을 수 있다면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슬라이더를 몇 개 던졌는데, 잘 들어갔다. 앞으로는 (슬라이더) 구사 빈도를 더 높일 것이다”고 밝혔다. 기존 피칭 메뉴인 직구와 서클체인지업에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를 곁들이면 당연히 위력은 배가된다. 50대50이나 다름없던 상대 타자의 노림수가 복잡해지는 효과도 있다.
김 감독은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는 것도 좋지만, 확실한 주무기를 만드는 것이 더 좋다”면서도 “(이)재학이가 슬라이더도 많이 연습했다. 마무리캠프부터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3년 연속 10승 투수라는 자부심을 갖고 단단히 준비한 모양이다”며 흐뭇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