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명인의 열전’ 제80회 마스터스 3라운드가 열린 10일(한국 시간)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 15번홀(파5)에서 가볍게 투온에 성공한 빌리 호셸(미국)은 이글 퍼트를 시도하기 위해 공을 그린에 올려뒀다. 핀까지의 거리는 13피트(약 4m)로 최소한 버디는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호셸의 기대는 오거스타의 거친 바람 때문에 물거품이 됐다. 강풍에 공이 그린 밖으로 굴러 연못에 빠졌기 때문이다. 호셸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봤다. 규정에 따라 1벌타를 받은 그는 핀에서 90피트(약 27.4m) 떨어진 곳에 볼을 드롭한 뒤 경기를 재개했고, 결국 이 홀에서 보기를 적어 냈다. 호셸은 이날 1타를 잃고 중간합계 4오버파(공동 16위)가 됐다. “스쿠버 장비가 없어서 물속에서는 경기를 할 수 없었다”고 농담을 던진 그는 “시속 40km의 강풍에 공이 굴러가는 불운을 겪었다. 오늘 오거스타에 불어닥친 바람 중 가장 강했던 것 같다”며 “‘골프의 신’이 있다면 내게 빚을 진 셈이다”라고 말했다.
유리판으로 불릴 정도로 공이 빠르게 굴러가는 그린과 거친 바람이 선수들에게 고난을 안겨주고 있는 가운데 조던 스피스(23·미국)가 마스터스 2년 연속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스피스는 이날 버디 5개를 낚았지만 더블보기 2개와 보기 2개를 범해 1타를 잃으면서 중간합계 3언더파 213타가 됐다. 이날 기복이 심했던 스피스지만 10위권 내에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가 네 명에 불과할 정도로 전체적으로 다른 선수들의 성적이 저조했던 덕분에 2위 스마일리 코프먼(2언더파·미국)에게 1타 앞선 단독 선두를 지켰다. 스피스와 같은 조에서 경기를 펼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5타를 잃고 공동 11위(2오버파)로 떨어져 라이벌 견제에 실패했다. 지난해 마스터스 1∼4라운드를 모두 선두로 마치며 우승을 차지했던 스피스는 올해에도 1∼3라운드 선두에 올라 7라운드 연속 선두를 지켰다. 이는 ‘골프의 전설’ 아널드 파머(미국)가 가지고 있던 최다 연속 라운드 선두 기록(6라운드)을 경신한 것이다. 스피스는 “선두를 지킨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세계 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는 공동 5위(이븐파)를 기록해 마지막 라운드에서 역전 우승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과거 두 차례 마스터스를 제패했던 ‘노장’ 베른하르트 랑거(59·독일)는 이날 2타를 줄이며 중간합계 1언더파로 공동 3위에 올라 역대 마스터스와 메이저 대회 최고령 우승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마스터스는 잭 니클라우스의 46세, 메이저 대회는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했던 줄리어스 보로스의 48세가 최고령 우승 기록이다.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는 공동 23위(5오버파)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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